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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 이웃에 등불되고파”…‘푸른 눈의 천사’ 강칼라 수녀
48년간 한센병가정 물심양면 도와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영예
“생마감때까지 한센인 곁 지킬터”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싶습니다.”

48년간 전북 고창에서 한센인을 돌본 이탈리아 출신 ‘푸른 눈의 천사’ 강칼라(73·사진) 수녀가 29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뒤 밝힌 소감이다. 그가 전북 고창군 호암마을에 정착한 지도 반백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강 수녀는 1968년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에 전쟁고아나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이역만리 떨어진 이탈리아에서 한국을 찾았다.



고국에 있을 때도 전쟁통에 버려진 120여명의 아이들을 돌봤던 그녀였다.

선교와 봉사를 실천하는 수녀지만 한센병을 알지 못하면 그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먼저 소통을 위해 서울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글을 깨우쳤다.

한센병 치료를 염두에 두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폰틸레스(Fontilles) 병원에 딸린 작은 학습관에서 세 달간 한센병을 공부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한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어서 독일구호단체가 제공한 소량의 약으로 한센인을 돌봤다.

강 수녀는 영양소만 제대로 섭취하면 치료가 수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는 한센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들을 위해 생활비와 교육을 지원했다.

1995년 한센인들의 자녀를 위해 덕천초교 분교를 유치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강 수녀는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2016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행정자치부 국민추천심사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공적확인과 현지확인을 거쳐 강 수녀를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선정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강 수녀는 한센인뿐 아니라 한센인 자녀의 생활비와 교육을 지원하고 달동네 맞벌이 가정과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과거 서울 영등포 집창촌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했는가 하면 노숙자를 위한 의료 지원에도 앞장서 왔다”고 평가했다.

강 수녀는 앞으로도 한센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수녀는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고창 호암마을에서 그동안 봉사를 해왔다”며 “지금도 힘들게 삶을 사시는 분들께 제가 희망의 등불이 되고 싶다. 생을 다할때까지 한센인과 어르신들을 돌보며 호암마을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박대성 기자/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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