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기대는 이미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다. 2000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빈 자리없이 모두 들어찼고, 공연 후 사인회가 있다는 소식에 앙코르 곡이 끝나기도 전에 로비엔 긴 줄이 형성됐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온 것이 분명할 어린 피아니스트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조성진을 응원하는 팬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600여명의 인파가 사인을 받겠다고 몰려드는 바람에 로비는 북새통을 이뤘고, 사인회는 예정시간이던 45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날 수 있었다. 롯데콘서트홀은 3일 열린 조성진 리사이틀이 개관 이후 가장 많은 유료판매(1984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성진 리사이틀이 끝난 후 사인을 받기위해 몰려든 관객들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
그런 팬들의 기대의 무게를 견디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다. 그 어마어마한 중력의 무게를 뚫고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탄성과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3일 리사이틀에서 만난 조성진의 연주가 딱 그랬다. 2부 시작곡인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Op.23의 첫 음을 예상보다 강렬하게 시작한 조성진은 청중을 단박에 사로잡으며, 이어진 발라드 곡들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했다. 연주 종료 후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에 수줍은듯 인사한 더벅머리 총각은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선사했다. 고요하고도 차가운 겨울날의 달 밤을 그리듯 느리고 우아한 연주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고, 이어진 헝가리 무곡은 앞선 달빛과 정반대의 파워풀한 연주로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리사이틀 마지막날인 4일엔 쇼팽의 24개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2015년 콩쿠르 당시 본선 3차에서 연주한 곡으로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을 얻게 한 바로 그 곡이다.
2015 쇼팽콩쿠르 한국 최초 우승자 조성진은 3일과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
쇼팽콩쿠르 입상 이후 조성진의 올해 스케줄은 상당히 빡빡하다. 예정된 올해 연주만 80여회다. 쇼팽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등 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2월엔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카네기홀 메인홀에서 데뷔한다. 한국에선 그의 독주회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5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한 번 더 남아있다.
리사이틀 메인 프로그램을 마치고 수줍게 인사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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