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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잊지못한 1000일]“자주 못와 미안해…”3년째 이어지는 세월호 조문 발길
416기억교실·안산합동분향소 등
하루 수백명 찾아 희생자 넋위로
“말 안했을 뿐, 잊지 않았다”반증
“촛불집회로 진실 규명 희망 생겨”




“촛불집회는 사람들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잊혀지고 있던 세월호를 기적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꾸준히 찾아와주시는 시민들을 보며 이제 바닷속에 있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참사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안산을 찾아가겠다는 기자에게 신원을 밝히지 말아 달라 요청한 한 유가족은 이렇게 말했다. 참사 발생 후 최근까지 매일 희망이 조금씩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는 그는 촛불 이후 조금씩 마음속에 희망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고도 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지난해 8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한 교실을 이전 재현한 이곳 1층에는 1반(52.2㎡), 3~4반(65.25㎡), 2층에는 5~10반(51.62㎡)교실과 교무실이 있다.

현재, 희생 학생들의 후배들이 사용하고 있는 옛 단원고 기억교실은 창틀에 남은 ‘기억할게’와 같은 조그만 낙서를 제외하고는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순간에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닷새 앞둔 이날, 평일이었지만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만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기억교실을 찾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분모는 ‘미안함’이었다.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당장 나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하루하루 살기 바빠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는 핑계로 관심을 기울이지못했다는 죄책감같은 것일 것이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김모(43ㆍ인천 계양구) 씨는 “안산교육지원청에 업무차 방문했다 기억교실 간판이 보여 방문했다. 가까이에 두고도 한 번 와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속에 가득하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을 보며 이 교실을 사용했을 아이들이 정말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초ㆍ중교를 다니고 있는 세 자녀에게 방학을 맞아 세월호 참사와 민주주의에 대해 교육시키고자 함께 멀리 광주에서 방문했다는 이형선(45) 씨 부부는 “지금까지 내 일이 아니라 외면만 했는데, 촛불집회를 겪으며 지금까지 나의 무관심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마음의 빚으로 조금씩 바뀌었다”며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조금씩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 기억교실 방문은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의 겉모습은 적막에 가까웠다. 하지만, 분향소의 문을 열자 은은하게 국화 꽃 향기가 번지는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진과 노란 리본,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과자, 메모 등이 가득차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이곳을 찾아와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민들도 계속 이어졌다.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총 64만2025명의 조문객이 방문했으며, 10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루 평균 방문객의 수가 100~150명에 이르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서로 드러내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충북 청주에서 왔다는 이관용(31) 씨는 “평생 가슴에 묻고 지내도 모자랄 세월호 참사를 세상 일에 치여 잠깐 잊고 있었지만, 더이상 가만히 있기엔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며 “얼마전엔 진도 팽목항도 다녀왔고, 앞으로는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현장을 둘러보며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 중인 주부 김인혜(46ㆍ여) 씨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시기가 연말연시라 생각했고, 가만히 있기엔 마음이 너무 아파 분향소를 찾았다”며 “지난 1000일이 아니라 1만일이 지나도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 세월호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신동윤·이원율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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