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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잊지못한 1000일]“1001일째 아닙니다, 다시 1일째 입니다”
유경근 세월호 家對協 위원장



그동안 유가족들이 겪은 일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진실 규명 노력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두고 수차례 단식투쟁을 벌였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열릴 땐 적극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청와대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만난 유경근<사진> 4ㆍ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고 유예은 양 부친)은 “이제서야 문 틈 사이 빛이 보인다”고 했다. 오는 9일이면 지난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딱 1000일째를 맞는다. ‘진실 인양’을 위해 유 위원장이 싸운지도 1000일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특조위가 사라질 때 세월호 또한 잊혀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며 입을 열었다.

당시 유가족은 장기간에 걸친 싸움으로 지쳐있었다. 몇몇은 공황장애와 대인 기피증을 호소했다. 믿었던 특조위가 지지부진하게 끝난 뒤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유 위원장은 “특조위의 우선 과제는 ‘청와대의 대응이 적절했는가’였다”고 했다. 이어 “(과제로 채택하는 순간) 청와대와 정부의 방해공작이 시작됐다”며 “애초부터 수사권ㆍ기소권이 없어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였다”고 털어놨다.

판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의혹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였다.

3만명으로 시작한 촛불 집회의 규모는 단숨에 100만명이 됐다. 국정농단 규탄과 함께 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은 ‘세월호 7시간’이었다. 7시간이란 세월호 참사 당일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사태 때문에 오히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일정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이어 “특조위 해산과 상관없이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잊지 않았던 것”이라며 “다시 관심이 커지면서 지쳐있던 유가족들도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막이 드러나자 세월호 참사를 보는 인식도 바뀌었다. 유 위원장은 최근 광화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1000일이 되도록 싸운 이유를 이제서야 알겠다”며 “얼마나 답답했는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보는 여론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며 “여태 싸워온 날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오는 7일 ‘4ㆍ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를 출범하고 새 출발에 나선다. 유 위원장은 “진상 조사에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며 “이번 국면에서 드러났듯 지난 특조위와 곧 추진에 나설 2차 특조위 사이 빈틈을 국민 힘으로 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000일째 되는 날을 새로운 1일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유 위원장은 “유가족들은 1000일간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을 지켜보고 버텨왔다”며 “1001일부터는 진실을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윤·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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