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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디가드’ 벌써 25년…휘트니 휴스턴 아니 정선아다
1992년 개봉작 주크박스 뮤지컬로 재탄생…정선아, 140분 무대 휘저으며 영화속 명곡 15곡 열창 ‘최고의 디바’ 입증


‘위키드’의 글린다, ‘데스노트’의 미사, ‘킹키부츠’의 로렌, ‘드라큘라’의 미나, ‘아이다’의 암네리스까지. 뮤지컬계에서 활동하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을 맡아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였던 그다. 앞선 작품들에서 존재감만큼은 결코 다른 캐릭터에 뒤처지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겼다. 생각해보면 그 마음은 ‘무대에서 더 길게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난달 15일 개막한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140분 동안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배우 정선아(33)를 보면서 그동안의 갈증은 모두 해소됐다. 최고의 톱 가수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아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 사랑에 빠진 여인의 설렘, 아들을 향한 애틋한 모성애까지 두루 보여준 그는 명실공히 최고의 뮤지컬 디바임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20세기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15곡으로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보디가드’는 1992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적인 톱 가수 레이첼과 그녀를 사랑하는 보디가드 프랭크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2006년 영국에서 공연으로 기획돼 2012년 런던에서 개막, 유럽 및 미국 전역에서 공연된 이후 올해 아시아에서 처음 국내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무기인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을 장악했다. 막이 오르고 시작된 첫 넘버 ‘퀸 오브 더 나잇(Queen of the night)’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기선제압을 하더니, 이어지는 ‘런 투 유(Run to you)’ ‘아이 해브 낫띵(I have nothing)’, ‘아이 윌 얼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등으로 쉴 새 없이 귀호강을 시키고, 커튼콜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썸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에서는 관객의 엉덩이까지 일으키고야 만다.

정선아와 함께 가수 양파, 손승연을 트리플 캐스팅한 것만 봐도 레이첼 마론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가창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휘트니 휴스턴 음악의 아우라가 워낙 큰 터라 배우들은 “1곡만 불러도 쓰러질 정도인데 무려 15곡이나 연달아 불러야 하는 것에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의상 체인지를 하고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넘버를 소화하며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노래의 힘이 너무 강력할 경우 자칫하면 이야기가 음악에 휩쓸릴 수 있는데, ‘보디가드’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로 꼽히는 드라마 면에서도 어느 정도 선방했다. 하지만 주인공 사이의 감정선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 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장면이 바뀔 때 양 옆, 위 아래 사방에서 열리고 닫히는 조리개 형태의 무대 세트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집중도를 높였으며, 미리 찍어둔 영상은 실시간 무대와 조화를 이루며 레이첼과 프랭크의 사랑을 풍성하게 전달해주었다. 무엇보다 스토커가 등장하는 씬들을 빼놓을 수 없는데, 웬만한 스릴러물에 버금갈 만큼 긴장감 넘치게 연출돼 객석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으며 인상을 남겼다.

휘트니 휴스턴 원곡을 편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극 중 주요 캐릭터인 보디가드나 스토커가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디가드’의 특징이라면 특징. 그만큼 노래의 부담은 ‘레이첼 마론’ 역에게 쏠리지만, 디바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관람료 6만~14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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