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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회사를 향한 촌철살인의 재치에 ‘공감’ 견뎌야 할 것이 많은 직장인 하소연 ‘툰’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열정과 보람은 신성한 노동이나 정당한 대가 뒤에 따라오는 말이 아니라 ‘따위’ ‘나부랭이’ 등과 어울리는 말이 되었다. 무의미한 보고서, 반복되는 야근, 상사의 막말 그리고 어김없이 불어오는 조직개편의 바람을 견뎌내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열정이 아니라 흔들리는 시간에 대한 철저한 공감일 것이다. 한국 직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들어내거나 회사 생활의 애환을 코믹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낸 책들이 사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출근합니다’ 저자 킵고잉은 회사에서 울화통이 터져버린 어느 날, 사표를 제출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혼술을 하며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목적은 분명했다. 오늘도 야근 후 쓸쓸히 퇴근하는 동년배 회사원들에게 이심전심의 미소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은 고단하다. 그러나 그 고단함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믿었던 것이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 웹툰은 2040 직장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직장생활 하소연에 무수한 공감 댓글이 달렸고, 상사와 회사를 향한 촌철살인의 재치에 통쾌해했다. 나 역시 새로운 편이 나올 때마다 편집자가 아닌 구독자로서 공감을 표했다. 이만하면 직장인을 위한 힐링도서가 충분했다. 



삼성전자에서 수년간 근무한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흡사 우리의 사무실 한켠을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주간회의 시간만 되면 동굴의 왕국이 되어 포효하는 사자, 늑대, 하이에나 위로 상무, 부장, 팀장의 얼굴이 겹치고, 조사만 바꾼 보고서를 보고 상사가 칭찬을 건넸을 때 번지는 당혹감과 씁쓸함은 어제 본 과장의 표정이다.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끼여 대는 상무나 팀장 욕을 팀장에게 보내 위기에 처한 팀원의 모습은 어쩐지 익숙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익명의 저자가 혹시 내 옆에 앉아 있는 그녀는 아닌지 의심해보게 된다.

주인공 쑥쑥이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회사 선배 같다. 출근 준비를 단 10분 만에 끝낼 수 있고, 부장님 발자국 소리쯤은 단번에 알아채며, 상사와 휴가가 겹치는 재앙 역시 티 안 나게 피할 줄 안다. 조직에서 한 또라이가 가면 다음 또라이가 탄생한다거나 조직개편의 계절 승진을 못하면 루저가 되고, 승진을 하면 노예가 된다는 이치도 파악하고 있다.

그런 그녀이지만 우리처럼 가끔은 일상이 낯설다. 외근이 있던 날, 마주한 한낮의 여유와 웃음에 세상은 나만 빼고 행복한 듯하여 배신감이 들고, 어느 출근길에는 타고 있는 버스가 바다로 가주었으면 하는 황당무계한 바람도 든다. 이를 보고 있자면 동병상련의 위로와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까. 바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드는 모든 직장인들의 출근길이 새해에는 경쾌하길 빌어본다.

알에이치코리아 박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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