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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인사 개입 파문] ‘靑 비밀노트 폭로’에 신뢰추락 경찰, 자체규명 발표에도 ‘불신 확산’
- 승진시험 앞둔 경찰 ‘허탈’…경찰 공무원 준비생 ‘분노’

- 경찰청 자체 감찰 계획에 “검찰이 조사해야” 불신 확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청와대에 근무하던 경찰 고위간부가 경찰 인사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비밀노트’의 존재가 폭로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경찰 인사와 채용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자체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지만 외부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SBS 탐사보도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일 현재 경찰청에 근무하는 A 국장이 청와대 경찰관리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초 작성한 ‘비밀노트’ 11장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A 국장이 전 계급에 걸쳐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을 폭로했다. 

[사진설명=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하던 경찰 고위 간부가 전방위적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조직의 인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이 노트에는 ‘다음번 정기인사 때’, ‘7월 정기인사 시’ 등 특정 시점을 못박아 인사 청탁을 한 경찰관의 이름과 직위가 기록돼 있어 A국장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 전 수석을 통해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게다가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특정 수험생의 이름과 수험번호 등이 면접과 체력시험 일정과 함께 적혀 있어 공채시험 결과를 전산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히 A 국장은 이후 우 수석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을 받은 이상철 당시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의 후임으로 부임했고 최근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우 수석의 배려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장 10일 승진시험을 앞둔 일선 현장의 경찰들은 인사 청탁 및 개입 의혹에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B 팀장은 “이런 비슷한 얘기를 과거부터 듣긴 했다”며 이같은 인사 청탁이 경찰 조직 내 오랜 관행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그래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낱낱이 드러나니 기분이 나쁘고 허탈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다른 공무원은 5급 서기관부터 승진시험을 치지만 우리는 순경부터 치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없애야 한다”며 인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30대 초반의 C 순경은 “머지않아 나도 승진시험을 쳐야 할 텐데 이번 보도를 보니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자괴감이 든다”며 “기업도 아니고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조직인데 인사가 가장 공정하게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휘부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사진설명=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경찰 인사청탁 의혹을 접한 뒤 “시험을 보이콧 하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경찰공무원 준비생 인터넷 카페 캡쳐.]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순경을 준비하고 있는 송모(30) 씨는 “체력시험 커트라인도 통과 못하는 사람이 인사청탁으로 붙는구나 생각이 드니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다른 시험을 준비할 용기도 없어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괴롭다”고 했다.

수험생 염모(28) 씨는 “지금 경찰공무원 준비생 인터넷 카페에서는 시험 거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인사 청탁을 하든지 결국 절박한 쪽은 우리니까 또 시험을 보러가야 한다는게 화가 난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번 의혹에 대해 “A 국장 본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필요시 감찰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경찰 조직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해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가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에 대해 감찰에 나선 경찰청은 “지휘부는 보고를 못 받았고 은폐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상식 당시 부산경찰청장 등 핵심 지휘부를 징계하지 않고 감싼 바 있다. 이같은 예를 들며 B팀장은 경찰의 감찰 계획에 대해 “누가 벌인 일인데 자기들 스스로 조사하겠다는 거냐. 아무 의미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이같은 의심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 경찰청은 보다 명확한 의혹해소를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검찰이나 특검에 의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검찰에 고발 해서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 역시 “당장 현 상황에서 수사를 한다 만다 말할 수 없지만 해당 수사팀에서 관련 내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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