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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살균제’ 1심 판결 후···남은 4가지 과제
공정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향으로 개정 시사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 6일 유해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측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다. 이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재발방지책 등 후속 과제에도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다른 업체들에 대한 추가 수사와, 참사의되풀이를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3·4단계 피해자 배상 좌우할 특별법 통과

보상에서 제외된 3·4단계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폐섬유화가 아닌 천식, 비염 등을 앓는 3·4단계 피해자는 사실상 정부와 기업의 모든 보상에서 제외돼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가습기 특별법)’에는 이들 3·4단계 피해자들에게 구제급여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가습기살균제와 원료물질 사업자들에게 분담금을 걷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특별구제계정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3·4단계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3·4단계 피해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5314명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어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분담금이 모일지도 불투명하다.

◆ 재발 방지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고의적으로 소비자에 피해를 입힌 기업에게 실제 손해액의 3배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연내 제조물책임법을 이같은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도입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피해자의 입증 책임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사실과 자신이 입은 손해가 제품 결함이 아니고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위헌소지가 있는 만큼 입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이상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의 안은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서 기업의 고의성 인정을 쉽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징벌’이라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고의성 등 비난가능성을 전제로 하는만큼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해서 입법해야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추후 업체 측에서 위헌심판 청구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에 적용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는 ‘제조업체가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토록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같은 문구가 빠졌다. 상임위에서는 지나간 행위를 새로 법을 만들어 처벌하는 ‘소급입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애경 등 추가 수사

SK와 애경 등 유해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다른 업체들에 대한 수사도 미완의 숙제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시민단체는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SK케미칼과 판매업체 애경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수사를 유보해왔다. 검찰은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메이트의 주요 성분인 CMIT·MIT와 폐섬유화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5월 구성된 정부의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는 안전성평가연구소에 CMIT·MIT에 대한 추가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에서 해당 물질과 폐 섬유화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검찰이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업체들을 수사할 명분이 생긴다.

◆옥시·롯데·홈플러스 배상 제대로 이뤄지나

폐섬유화를 앓는 1·2단계 피해자들이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가해기업으로부터 약속된 금액을 배상받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옥시는 지난해 성인 피해자들에게 최대 3억 5000만원의 위자료를, 영유아나 어린이 피해자의 경우 위자료를 포함한 10억원을 일괄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위자료만 11억원 이상으로 산정한 대법원논의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다른 가해기업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공개배상 대신 피해자들과 개별 물밑 접촉을 해 정확한 배상액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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