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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또 불거진 체육특기생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최순실 분탕질’이 대학교 학사관리 비리까지 번졌으니 말이다. 대통령 연설문 고치고 끼리끼리 돌아가면서 이권 챙기고 아는 사람 요직에 앉히고 청와대를 내 집 드나들 듯 휘젓고 다닌 줄만 알았는데... 승마 선수 딸을 우격다짐으로 체육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시킨 후 이리저리 손을 써서 학점관리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순실의 딸 장유라라는 학생 하나가 이화대학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출석을 안 한 학생에게 학점을 준 담당과목 교수가 구속되었다. 그의 입학에 관여한 보직자가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해당 대학교 학장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총장까지 수사가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또 장유라가 수강했던 과목을 담당한 6명의 교수도 편안치 않을 듯하다. 벼락을 맞은 꼴이다.

체육 특기자 입학과 학사 관리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이화대학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면서 동시에 우수 선수로 양성하는 일이 현실적으론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체육 특기자들은 철나면서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체력이나 기량 연마에 온 힘을 쏟는다. 게다가 국제경기나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시험이나 졸업 따위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

오래 된 내 개인 경험이다. 학기말 시험 중 이름 세자 쓰고 ‘ㅇㅇ선수입니다’ 라는 답안지를 받았다. 영점처리를 한 것은 물론이다.

그 후 본인은 물론 학과장, 학교 당국자까지 점수를 달라는/주라는 읍소 혹은 압력(?)이 계속되었다. 심지어 학생회, 동창회까지 국위를 선양했는데 그까짓 과목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는 투의 불평을 해 왔다. 지정한 전공서적을 읽은 후 구두시험, 리포트 2개 제출 후에 점수를 정정해 주었다. 지금은 이런 사정이 달라졌을까?

스포츠 특기생은 70년대 국위선양을 위해 채택된 제도이다. 유수한 국제대회에 출전해 나라를 알렸다는 이유로 연금도 주고 병역 혜택도 주는 정책 중 하나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우리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입학과 학사관리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 스포츠계가 그리고 대학이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정착된 제도, 관행 그리고 관습이 녹아있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켜켜이 쌓여 있는 적폐이다.

체육특기생 제도를 냉정히 평가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걸출한 소수의 선수로 국위선양을 꾀한다거나 대학의 홍보수단으로 쓰려는 마음가짐부터 불식되어야 한다. 철저한 학사관리로 체육선수도 똑같은 기준에 따라 성적을 주고 졸업을 시키는 풍토를 만들고 지켜야 한다. 긴 안목으로 종목별 전문학교를 만들거나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일부에선 이렇게 되면 스포츠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그것으로 대학을, 그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감수할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 문제는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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