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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後] ‘서울대 폐지’하면 국공립대들이 서울대같이 될까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파격적인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서울대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며 전국 국ㆍ공립대에 통합 시설을 만들고 서울대와 같은 교육을 선보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크게 다뤘고, 포털사이트는 13일까지도 ‘서울대 폐지’가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했습니다. 박 시장이 서울대가 사라진 나라에서 보고싶은 것은 학벌 앞에 평등히 대우받는 학생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파리1대학, 파리2대학 등과 같이 평준화된 교육이 이뤄지는 사회처럼 말이죠. 하지만 평준화에만 주목한 박 시장은 그 단어 앞 ‘하향’이 붙을 수 있는 가능성은 외면한게 아닐까요.

서울대는 최고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 이전에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있고, 또 몰려오는 환경이었기에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서울대와 같은 ‘교육’만 제공한다고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2~10등을 1등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지만, 도리어 1등이 2~10등으로 내려설 수 있습니다. 물론 엄청난 사교육경쟁, 취업경쟁 등 ‘학벌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를 없애고자 하는 의도까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언급한 프랑스도 평준화된 교육기관만 있지는 않습니다. 엘리트를 위한 그랑제꼴(grandes ecoles)도 운영합니다. 이곳은 말그대로 피터지는 경쟁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든 교육 평준화는 이론처럼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 자원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 시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그랑제꼴과 같이 서울대를 알아주는 국제 명문 교육기관으로 키우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경쟁할 수 있는 국내 대학들을 함께 육성시켜 ‘상향 평준화’를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애초 교육 격차를 서울대 폐지로 해소할 수 있다면 주거 격차는 대저택을 없애면 해소될까요? 빈부 격차를 없애기 위해 부자들을 추방시키구요?

박 시장은 ‘반값 등록금’ 방안을 설명할 때도 보고 싶은 내용만 본 듯합니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국ㆍ공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서울시립대도 반값 등록금이 되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서울시립대 ‘무상 등록금’ 방안을 제시했을 당시 “(반값 등록금 시행한 후) 지금도 예산이 줄어들어 고장난 기자재 장비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한 학생들의 비판은 아직 ‘읽지않음’이었습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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