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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사면해준 은혜 잊지 않겠다“ㆍㆍㆍ SKㆍLG, 安에 보낸 청탁 문자 공개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일부 대기업이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게 총수의 사면을 요구한 증거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많게는 백여원 대 자금을 출연했다. 해당 기업들이 특정한 대가를 바라고 재단에 돈을 낸 사실이 인정되면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
이같은 증거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구속기소) 씨와 안 전 수석의 3차 공판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하현회 LG대표가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13일 안 전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경제살리기를 주도할 것이고 수석님의 은혜 또한 개인적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며 “우선 최태원 회장 비롯해 모든 SK식구들을 대신하여 감사 말씀 올립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무렵 이만우 SK PR그룹 팀장은 안 전 수석에는 “조선일보 수뇌부와 만났는데 ‘최 회장이 조속히 나와 제 역할을 좀 해줘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톤의 사설을 써주겠다고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SK 고위 관계자들이 안 전 수석과 접촉한 2015년 8월 13일은 법무부가 공식 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기 전이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던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2년 7개월만에 풀려났다. 박 대통령이 2013~2014년 재벌총수의 사면·복권을 일절 하지 않았던 만큼 이례적 사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김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재차 “최태원 회장을 사면복권해 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기업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연락했다.
최 회장이 사면된 지 2달 뒤인 2015년 10월과 이듬해 1월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했다.
LG그룹 측도 안 전 수석에게 임원의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하현희 LG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7월 26일 안 전 수석에게 “과거 LIG 구본상 부회장이 4년형을 받고 95% 복역을 마친 상황”이라며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 사장은 “(구 부회장이) 현재 검토중인 8·15 특별사면 대상 후보로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공헌도 했고 깊은 반성을 했으니 다시한번 검토해보시고 선처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LG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8억원을 출연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청와대 핵심 권력으로서 사면 뿐 아니라 대기업 현안 등에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면밀히 보여주는 문자”라며 “국토비서관을 통해 사면 동향을 파악하고, 사면을 청탁하는 상황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사면을 대가로 바라고 재단에 돈을 낸 점이 인정되면 뇌물죄 적용도 가능해진다. 검찰은 기업들을 청와대와 최 씨의 강요에 못 이겨 돈을 낸 ‘강요 피해자’로 봤지만, 사면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한 ‘뇌물죄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청탁을 주고받은 기업과 박 대통령은 제3자뇌물죄의 주범이 된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적으로 ‘한몸’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 대통령에게 ‘직접뇌물죄’도 적용할 수 있다.
재단 설립 논의 당시 출연기업이 재계 순위가 아닌 안 전 수석의 의중에 따라 정해졌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안 전 수석 보좌관의 태블릿에 저장된 ‘문화 체육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방안’이라는 문건에서 이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 2015년 7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재단에 출연할 10개 그룹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진, 한화, 두산, CJ로 명시돼있다. 검찰은 “국내 10대 그룹이 아닌 안 전 수석이 찍은 10개 그룹이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yeah@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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