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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조직력ㆍ노선ㆍ전략 부재, 즉 ‘3무’(無)다.
먼저 반 전 총장의 행보와 발언은 ‘현장에서 우왕좌왕, 메시지는 오락가락’ 양상이었다.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이끌고 있는 사실상의 ‘캠프’가 정비되지 않아 현장 통제부터 대외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반 전 총장측은 외교관출신 인사가 주축인 ‘광화문팀’과 이명박 정부 출신인 이른바 MB계가 주도하는 ‘마포팀’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충청권 출신 유력 인사들이 있는 외곽 지원그룹과 팬클럽 등 지지모임이 가세했다. 사람은 많이 모였지만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각 세력간 알력이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혼선은 귀국 당일 공항에서부터 빚어졌다. 반 전 총장이 어느 게이트로 나올 것인지를 두고 오락가락했다. 생수 및 공항철도 티켓 구매 논란(12일), 현중원 방명록 ‘커닝’ 논란(13일), 턱받이ㆍ조류인플루엔자 방역체험ㆍ퇴주잔 논란(14일), 봉하마을 방명록(‘사람사는 사회’)ㆍ팽목항에서 박순자 의원 과잉의전 논란(17일), 위안부 협상 관련 발언 및 취재진 향한 막말 논란(18일) 등 거의 매일 ‘잡음’이 인 것도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노선과 콘텐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정치 철학이나 국정운영의 비전을 온전하게 보여주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잘 대처하시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 ‘청년인턴제 확대’를 얘기하고 젊은이들에겐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해야 한다”고 한 발언, 세월호 유가족에게 “정부를 믿어도 좋다”고 한 당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론으로 확실한 안보관을 보여준 것 외에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아직까지 보여주진 못했다.
‘민생행보 후 정치행보’를 원칙으로 한 전략도 결국은 역효과를 냈다.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하면서도 일단은 정치권과 선을 긋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귀국 즉시 다양한 정치세력 및 지도자들과 만나 폭넓은 교감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반 전 총장과의 연대가 유력하게 꼽혔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은 물론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에서조차 부정적인 평가와 발언이 잇따랐다. 정치권과의 만남을 설 연휴 이후로 미뤄왔던 전략이 오히려 반 전 총장의 운신 폭을 좁힌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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