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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명절풍속①]“어머님, 차례상에 냉동식품 안될까요?”
-‘제수음식 간소화’ 바람에 달라진 차례상
-전문가 “제사 지내는 마음과 정성이 더 중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대구에 사는 주부 김미선(57ㆍ여) 씨는 이번 설 명절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 설 당일 차례에 참석할 가족 수도 적어진데다 제수음식을 대부분 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밥이나 국 제외하고는 거의 다 마트에서 구입해 차례상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자녀들도 이번에 내려오기 힘들다고 해 간단하게 차례상을 차리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제수음식을 준비하는 시간과 노동을 고려하면 즉석음식을 구입해 차례상 차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했다. 

달라진 차례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마음과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설을 앞두고 서울의 한 마트 식품관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팍팍한 살림과 바쁜 직장 생활이 겹치면서 냉동 가공음식에 의존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냉동 전ㆍ튀김류 제조 전문 업체인 사옹원 따르면 지난 2013년 약 200억원이었던 회사 연매출이 지난해 300억원을 육박했다. 이번 설을 앞두고 주문 물량은 전년대비 약 25%나 증가했다.

일부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이 즐기던 패스트음식을 제사상에 올리는 가정도 생기면서 달라진 제사상 문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직장인 이현지(44ㆍ여) 씨도 이번 설을 맞아 집안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냉동 가공음식에 의존하기로 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 씨는 “워킹맘으로서 힘도 부치고, 차례상 스트레스로 명절때마다 남편과 갈등이 생겨서 결국 이렇게 타협을 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한편으로는 이렇게 쉽게 차례상을 준비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과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의견이 맞서기는 하지만 기존 차례상 메뉴를 고집하는 것은 명절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있는 관습일 뿐이라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 교수는 “제사는 수단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조상을 생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회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사상의 음식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이미 한복 대신 양복을 입고 제사를 지내듯이 시대적 변화를 어느정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도 “고인이 생전에 먹어본 음식이라면 문제가 없다”며 “조선예학자들에 따르면 제사상도 그 시대 풍속을 따르도록 한다”고 했다. 다만 “저급한 음식은 피하고 언제나 정성을 갖춰 올린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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