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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명절풍속②]명절은 제2의 휴가…“조상님보다 가족 먼저 챙겨요”
-부모님 모시고 여행길…명절 스트레스 탈출
-인천공항 등 연휴 내내 가족단위 여행객 북적
-차례만 지내고 일상탈출…D턴족도 크게 늘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경기도 일산 주민 김모(50) 씨는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동생 가족과 혼자 사시는 어머니와 함께 매번 강화도로 여행을 떠난다. 올해로 4년 정도 됐다. 해외로 나갈 정도의 여유는 없기도 하지만,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좁은 집에 모여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음식 만들기에 전념하는 게 답답하게 여겨져서다.

마침 어머니(75)도 짧은 ‘명절여행’을 흔쾌히 동의해 성사됐다. 물론 음식만들기와 설거지 등 각종 집안일에서 해방된 며느리들은 대환영이다. 김 씨는 “살인적인 교통체증 때문에 그나마 길이 덜 막히는 강화도가 자연스럽게 단골(?) 여행지가 됐다. 낚시를 좋아하는 동생한테 낚시도 배우고 다 큰 아들, 오랜만에 보는 조카들과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게 참 좋다. 저녁식사 후에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산책도 하는 등 집에서 보내는 명절보다 한결 유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화려한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가족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고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기간을 활용해 단란한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그 변화상이 뚜렷하다. 집안의 어른들이 화투를 치거나 아이들이 집안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윳놀이를 하는 모습을 찾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최근 한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업체가 3040대 여성 이용자 57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 연휴 여행 계획 설문 결과 23%가 다가오는 설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8.6%는 귀향 대신 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답했고 여행과 고향 방문 모두 계획한 응답자도 14.4%를 차지했다. 이들의 여행지는 국내 여행이 65.3%, 해외여행이 34.7%였다.

명절 연휴 ‘일타이피’를 노리는 D턴족이 크게 늘고 있다. 고향에 갔다가 곧바로 서울로 돌아오는 전통적인 코스 대신 여행지 한 곳을 들렀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이른바 ‘D턴’이 유행이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김모(43)씨는 명절마다 자신의 고향집이 있는 경남 진주에 내려가 대구 처가 들러 하루를 보내고 귀성했다. 하자만 올해는 ‘명절 코스’에 살짝 변화를 줬다. 강원도 평창으로 향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워터파크 등을 들러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인근 펜션 예약도 어렵사리 마쳤다.

여행을 택한 가족들은 펜션과 리조트에서 약식으로나마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정모(47) 씨는 명절을 맞아 누나ㆍ남동생 가족과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인근 마트에서 음식을 마련해 설날 아침 조촐하게나마 차례상을 차린다는 계획이다. 정 씨는 “중요한 건 조상님들에 대한 마음가짐 아니겠냐”며 “여행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명절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장인 이승택(41) 씨에게 명절은 제 2의 휴가다. 이번 설 연휴에는 연차휴가 2일을 더해 해외여행을 떠났다. 서울에 사는 이 씨는 지난주 인천 본가를 찾았고 부산에 있는 처가는 국경일인 3.1절을 끼고 2박3일로 다녀올 생각이다. 양가 부모님께는 명절에 필리핀 여행을 떠난다고 이미 양해를 구해 부담이 없다. 이 씨는 “명절 때 본가와 양가 두 곳을 모두 다닐 수가 없다”며 “또 명절연휴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 설 명절 연휴기간인 26~30일 87만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평균 17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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