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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묘, 하셨나요①]설날이 더 쓸쓸한 묘지…성묘 문화도 변해
-해외여행ㆍ생계…미리 찾거나 못 가거나
-납골당으로 문화 변화 성묘객 크게 줄어
-성묘 간소화가 대세…대행업도 시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 “올해는 친가도, 처가도 가지 않기로 했어요. 오랫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이번에는 해외여행 한 번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무것도 안 하려니 마음에 걸려 조금 일찍 묘지를 찾게 됐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신모(57) 씨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아버지를 모신 봉안당(납골당)을 찾았다. 전날에는 처가 쪽 성묘를 하느라 온종일 차를 타고 지방에 다녀와야 했다. 대신 설날에는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봉안당이다 보니 벌초를 할 필요도 없다”며 “지방에 선산이 있는 처가는 장인어른 내외에게 용돈을 많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분당의 한 추모공원. 설을 앞두고 미리 성묘를 하러 온 가족들도 있었지만, 명절 성묘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성묘객으로 붐빈다는 명절이 돌아왔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장례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며 성묘 문화도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안당 이용률이 늘면서 ‘명절에는 반드시 성묘를 가야 한다’는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봉안당 관리인 역시 “봉안당이 대세를 이루면서 평소에 찾아오는 방문객은 늘고, 명절에 찾아오는 성묘객 수는 줄고 있다”며 “묘지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 보니 최근에는 ‘성묘’라는 말 자체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찾아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추모공원에는 이른 성묘를 하러 찾아온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전날 밤까지 눈이 쌓여 자동차가 진입하기조차 어려웠지만, 성묘객들은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이나 일 때문에 설 당일에 성묘하지 못하게 됐다고 답했다.

봉안당 반대편에 있는 매장 묘 구역은 쌓인 눈을 치우는 추모공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원 내 매장 묘만 2만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봉분 위에 쌓인 눈만 겨우 치우는 상황이었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매장 묘를 찾는 성묘객들은 보통 설날에 오는 경우가 많아 미리 눈을 치우고 있다”며 “그나마 가족묘나 매장 묘에만 가족들이 찾아오지 납골묘에는 가족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른 성묘를 하러 찾아온 한 성묘객은 “이장하기 전에는 명절에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봉안당으로 옮긴 후에는 평소에도 찾아가게 되면서 명절에는 오히려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번에도 가게를 닫아놓을 수 없어 설날에는 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묘 문화가 바뀌면서 한때 성행했던 성묘대행업도 시들해졌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언론에 성묘대행업이 인기라고 얘기가 나오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 때만 되면 성묘 음식을 배달하는 차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봉안당은 공간 자체가 비좁다 보니 거창한 상차림보다는 간단한 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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