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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외 신간다이제스트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희상 옮김, 열린책들)=‘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 이는 스물여덟살에 독일 본 대학 철학과 석좌교수에 오른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다. 그런데 대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무언가가 세상에 존재하려면 그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숫자1은 자연수라는 그릇에, 인간은 영장류라는 그릇에, 행성은 우주라는 그릇처럼 말이다. 그럼 이 모든 그릇을 담아내는 세계는 어디에 담길까? 담길 수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건 의미장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왼손이 몸이라는 의미장에 놓이면 신체를 이루는 일부로 나타나고, 화가의 작업실 모델이라는 의미장에 놓이면 예술작품으로 나타나는 식이다.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데 세계관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세계와 의미를 열쇠말 삼아 과학과 종교, 문화와 예술까지 철학적 고찰의 대상을 넓히며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막다른 길에 내몰린 철학을 의미장으로 새롭게 끌어올렸다.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희정 옮김, 푸른지식)=세계적인 물리학자 로벨리는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역사상 최초의 과학자로 꼽는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신비주의적ㆍ종교적세계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세계를 설명했다. 지구를 우주에 떠 있는 천체로 상상한 혁명적인 우주론과 물의 순환과 대기 현상의 관계, 만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구성됐다는 물질관 등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은 현대과학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발견의 사고의 토대를 제공했다.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해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로벨리가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다. 허공에 떠있다고 상상한 지구는 원통형에서 구형으로, 타원체로, 배 모양으로 점차 정교해졌으며, 눈에 보이지 않은 물질을 상상한 물질관은 패러데이와 전자기장, 쿼크, 원자, 양자역학으로 발전한다. 과학혁명과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꿰뚫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호텔 프린스( 안보윤ㆍ서진 외 지음, 은행나무)=한 작가가 호텔에 묶었던 하룻밤의 추억 이야기를 만난 호텔측이 작가들을 위한 ‘소설가의 방’을 만들었다. 2014년부터 호텔 프린스 서울이 진행해온 레지던스프로그램이다. 매년 작가들의 열띤 참여 속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한 달여 호텔에 머무는 동안 호텔에 관한 혹은 호텔에서 떠오른 이야기를 단편소설로 써 발표하는게 조건. ‘호텔 프린스’는 그렇게 참여했던 여덟 명의 작가들이 써낸 이야기다. 황현진의 ‘우산도 빌려주나요’는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엄마 때문에 쇼핑 중에 도둑으로 몰리는 등 한꺼번에 일이 꼬이게 된 딸이 휴가나온 애인을 위해 엄마와 호텔에 묵으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단편. 안보윤은 ‘순환의 법칙’을 통해 주인공이 저지른 어떤 한 행동이 미친 비극적 결말과 그 결말 이전에 얽혀 있던 다른 수많은 인과들의 물고물림을 호텔 룸에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삼인칭 시점으로 그려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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