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희정 옮김, 푸른지식)=세계적인 물리학자 로벨리는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역사상 최초의 과학자로 꼽는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신비주의적ㆍ종교적세계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세계를 설명했다. 지구를 우주에 떠 있는 천체로 상상한 혁명적인 우주론과 물의 순환과 대기 현상의 관계, 만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구성됐다는 물질관 등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은 현대과학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발견의 사고의 토대를 제공했다.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해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로벨리가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다. 허공에 떠있다고 상상한 지구는 원통형에서 구형으로, 타원체로, 배 모양으로 점차 정교해졌으며, 눈에 보이지 않은 물질을 상상한 물질관은 패러데이와 전자기장, 쿼크, 원자, 양자역학으로 발전한다. 과학혁명과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꿰뚫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호텔 프린스( 안보윤ㆍ서진 외 지음, 은행나무)=한 작가가 호텔에 묶었던 하룻밤의 추억 이야기를 만난 호텔측이 작가들을 위한 ‘소설가의 방’을 만들었다. 2014년부터 호텔 프린스 서울이 진행해온 레지던스프로그램이다. 매년 작가들의 열띤 참여 속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한 달여 호텔에 머무는 동안 호텔에 관한 혹은 호텔에서 떠오른 이야기를 단편소설로 써 발표하는게 조건. ‘호텔 프린스’는 그렇게 참여했던 여덟 명의 작가들이 써낸 이야기다. 황현진의 ‘우산도 빌려주나요’는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엄마 때문에 쇼핑 중에 도둑으로 몰리는 등 한꺼번에 일이 꼬이게 된 딸이 휴가나온 애인을 위해 엄마와 호텔에 묵으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단편. 안보윤은 ‘순환의 법칙’을 통해 주인공이 저지른 어떤 한 행동이 미친 비극적 결말과 그 결말 이전에 얽혀 있던 다른 수많은 인과들의 물고물림을 호텔 룸에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삼인칭 시점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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