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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고?무대서 마주한‘불편한 진실’
-뮤지컬‘미드나잇’대학로서 아시아 초연

#.“쾅쾅쾅.” 1937년 마지막 날 자정,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새해를 준비하던 부부는 예기치 않게 낯선 손님을 집안에 들이고, 그보다 더 예상하지 못했던 서로의 어두운 내면을 마주하면서 치욕감에 떨게 된다.

지난 8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미드나잇’<사진>은 인간 본연에 감춰져 있는 어두운 욕망을 파헤쳐 “때로는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다가간다.



작품은 아제르바이잔의 극작가 엘친의 희곡 ‘시티즌즈 오브 헬(Citizens of Hell)’을 영국의 작사·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와 작가 티모시 납맨이 뮤지컬로 탄생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과 ‘쓰루 더 도어’ 등으로 두 사람의 공연이 소개된 바 있다.

구소련 스탈린 시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담았다는 원작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거의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만큼 알려진 바가 없다. 아시아에서 초연되는 ‘미드나잇’을 위해 한지안 작가가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했으며, 인간에 대한 비판을 더해 새롭게 만들었다.

극은 1930년대 말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공포 시대를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혁명파와 반혁명파로 나뉘어 두 동강난 사회, 비밀경찰 ‘엔카베데’는 정권을 배신하고 각하를 기만하는 반동분자를 찾아 처단에 나선다. 남자와 여자가 사는 아파트 아랫집과 옆집에도 엔카베데가 들이닥치고,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간다.

12월 31일 부부의 집 문을 두드린 낯선 이의 정체 역시 ‘엔카베데’로 추정되는 남자. 그는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부부가 서로에게 감추고 있던 비밀들을 하나씩 벗겨낸다. 친구를 고발하거나 동료에게 누명을 씌운 대가로 권력을 얻고 부를 축적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자신의 나약함을 변명하고, 유약해 보이기만 했던 아내는 계속되는 비지터의 자극으로 인해 그동안 숨겨왔던 괴물 같은 본성을 꺼내기에 이른다.

김지호 연출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풍자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코미디스릴러 장르라고 할 수 있다”며 “스탈린 시대를 담은 원작의 사회적 비판 위에 인간에 대한 비판이 더해졌는데, 당시 시대 상황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이 가진 사회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극 전반에 스며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미드나잇’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관객을 극 중 상황 안으로 충분히 빠져들게 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남자와 여자가 악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갑작스럽게 손님을 위협하는 행동, 시공간 및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비지터의 존재 등이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호함이 작품의 특성이 될 수 있겠으나 ‘인간 내면의 본성을 꿰뚫는다’는 극의 메시지를 얻기에는 다소 불충분했다.

그럼에도 피아노, 바이올린을 통해 라이브로 연주하는 작품의 넘버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의 긴장을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원영, 백형훈, 전성민 등 공연계에서 실력파 배우로 꼽히는 이들이 때로는 스릴 넘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각 장면을 장악하는 연기 역시 볼 만하다. 내달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6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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