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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한 남자 이야기?…가짜충동에 대한 질문
-데뷔 20년 조광화 연출, 내달 1~5일 갈라콘서트…가부장문화 비튼 연극 ‘남자충동’ 주인공에 배우 류승범·박해수 캐스팅

“갑자기 일이 커져서 부끄럽고 민망할 뿐이에요. 대단한 사람도 아닌 저를 위해 수많은 공연인들이 모였는데, 이 은혜를 언제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조광화 연출(52)을 위해 공연계에서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내달 ‘조광화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이번 행사는 박혜나, 양준모, 송용진 등 50명 가까운 배우들이 참석하는 갈라 콘서트와 3편의 연극 무대로 구성돼 관객을 맞이한다. 


먼저 ‘조광화展’이 열리는 소감에 대해 묻자, 조 연출은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1997년 ‘남자충동’으로 데뷔해 공연의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번 행사가 예상 밖으로 몸집이 커졌다는 것. 그는 “앞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나 창작진 등 인연이 된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작품이 아닌 연출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내달 1~5일까지 열리는 갈라 콘서트 ‘리플라이(Reply)’를 시작으로, 16일 연극 ‘남자충동’<작은 사진>, 4월 ‘미친키스’ ‘신작 낭독회’가 연달아 공연된다. 특히 ‘남자충동’은 그의 데뷔작이자 제21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제34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및 대상, 제3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및 연출상 등을 안긴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초연과 2004년 재연, 단 두 번만 무대에 올린 뒤 종적을 감췄다.

조 연출은 “공연이 처음 나온 1997년 이후 조폭 영화가 붐을 이루면서 비슷한 소재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무대에 올리는 것이 꺼려진 이유도 있었고, 연극치고 세트와 미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주인공 장정 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제작을 반쯤 포기했었다”며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특별히 공연이 성사됐고, 장정 역에 어울리는 배우도 찾아 기분 좋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충동’은 힘을 키워 조직을 장악하고 가족을 지키는 것을 일생일대의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남자 ‘장정’을 주인공으로 한다. 마치 영화 ‘대부’의 알파치노처럼 강한 남자로 살고 싶다는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이 주변 인물과 첨예하게 갈등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시즌에 장정 역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충무로 스타 류승범과 대학로 실력파 배우 박해수가 더블 캐스팅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 연출은 “제목이나 가부장적 문화라는 소재만 봐서는 남자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무조건 1등이 되어야만 한다는 허상에 대해 말한다”며 “궁극적으로 ‘가짜 충동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개발 시대를 거치며 나라는 살기 좋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그늘도 많이 생겨났잖아요. 특히 가부장적 권력을 쥔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이 부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나머지 다수는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면서 박탈감을 느끼죠. 그런데 권력자들이 교묘하게 숨어서 대중을 조종하니까 사람들이 어디에다가 저항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주변 사람을 물어뜯게 됐어요. 한국 사회에 교묘하게 뿌리내린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패배감을 느끼도록 정교하게 억압받았다는 것을 ‘남자충동’을 통해 풍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조 연출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데뷔 후 10년 동안은 무척 게을렀고, 이후로는 방황하다가 인생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연출가나 예술감독도 좋지만 앞으로는 작가로서 창작 작업에 몰두해 대본을 많이 쓰고 싶다. 하고 싶은 공연을 다 무대에 올리려면 아마 1년에 2편 이상씩은 써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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