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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을 바꾼 포켓몬GO ①]‘포저씨’ㆍ‘포사원’들, 포세권(포켓몬+역세권) 찾아 GO
-20ㆍ40 직장인들 포켓몬고가 스트레스 해소 창구
-고교ㆍ대학 동창과 연락하는 계기 되기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골목길. 서행하다 멈춰선 승합차 한 대의 문이 열리면서 30대 중반의 남성 5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뛰어 나왔다. 각자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비추던 이들 사이에선 이내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해당 장소에서 10여분간 머물던 이들은 곧장 타고온 차량에 올라탔고, 이내 200m가량 떨어진 다른 장소로 이동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들은 바로 주말을 맞아 ‘포켓스톱’이 많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모인 ‘포사원(‘포켓몬’과 ‘회사원’의 합성어)’들이다. 이 모임에 참가한 회사원 정수언(33) 씨는 “최근 한달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차량을 섭외하고 포켓몬을 잡으러 다녔다”며 “최근에 해본 취미 활동중에 가장 흥미진진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2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GO)’가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보다 즐겁고 활동적으로 활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포켓몬고를 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이날 강남역 인근에서는 정 씨와 같은 방법으로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강남 일대 골목길에서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서행하는 차량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정 씨는 “이 시간대 강남역 인근에서 서행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은 우리처럼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을 태운 차량”이라며 “포켓스톱이 많고 희귀 포켓몬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역 부근에서는 흔한 장면”이라고 했다.

최근 2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GO)’가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보다 즐겁고 활동적으로 보내는 해방구가 되고 있다.

바쁜 일상들 사이에 틈틈히 얻을 수 있는 짧은 여유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직장 주변은 물론 거주지 근교, 교외 지역까지 나가 게임을 즐기는 20~40대 직장인들의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정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1ㆍ여) 씨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 각지에 위치한 일명 ‘포세권(‘포켓몬’과 ‘역세권’의 합성어)’을 찾아 돌아다녔다. 주말 내내 인기 포켓몬 캐릭터인 ‘피카츄’와 ‘파이리’가 많이 나타나는 지점을 찾아다녔다는 박 씨는 “지하철을 타고 ’피카츄 둥지‘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과 ’파이리 둥지‘인 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 등 유명세를 탄 곳을 돌아다녔다”며 “이곳에 나가보니 30~40대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포켓몬을 잡으러 나온 아빠ㆍ엄마들의 모습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2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GO)’가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보다 즐겁고 활동적으로 활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포켓몬고를 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평일에도 점심시간 등 짧은 여가시간을 이용해 포켓몬고를 즐기는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직장인 유모(27ㆍ여) 씨는 “비록 한 시간정도의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포세권으로 유명한 회사 근처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다보면 잠깐이라도 쌓인 업무와 상사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켓몬고는 직장인들이 그동안 바쁜 일상생활에 치여 소홀히했던 주변 사람들과 연락하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포켓몬고를 계기로 오랜 시간동안 추억을 쌓지 못했던 중ㆍ고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 등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직장인 정범준(39) 씨는 “포켓몬고를 하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근처에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고 간단한 술자리까지 하며 추억을 쌓았다”며 “2주후 주말엔 이들과 함께 포켓몬고를 즐기러 부산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포켓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처음으로 연락을 취한 뒤 만나 함께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포저씨(‘포켓몬’과 ‘아저씨’의 합성어)’라고 소개한 안모(42) 씨는 “포켓몬고 관련 유명 사이트엔 인기 포켓몬이 나타나는 시간과 장소가 나타난 지도도 제공되고, 함께 이 정보를 따라 포켓몬을 찾아다니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해당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도 만나다보면 직장일로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만족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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