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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집 찾는 청춘들①]“취업은?” “성적은?”…占占 커지는 불안
-연애운보다 취업운, 타로보다 사주 묻는 청년 늘어
-취업난 속에 지망 회사 골라준다는 점집도 인기
-“‘사주보다 노력’ 강조하지만, 취업절벽이 만든 현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취업준비생 이모(29ㆍ여)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교 앞 점집을 찾았다. 매년 설 연휴 전후로 점집을 찾아 취업 전망과 한 해 운세를 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째 취업이 되지 않자 이번에는 아예 입사원서를 낼 기업 명단을 적어갔다. 이 씨는 취업 전형이 겹치는 기업 명단을 역술인에게 보여주자, 역술인이 합격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추려줬다고 했다. 그는 “이성적으로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줄 알면서도 매번 찾아올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점집에 몰리고 있다. 과거 중ㆍ장년층은 사주팔자나 토정비결, 청년층은 타로카드 등 가벼운 점을 주로 찾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사주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어지는 취업 한파 속에 지망 기업을 찍어주는 점집까지 생겨 인기를 얻고 있다.

청년들이 점집을 찾고 있다. 과거 중ㆍ장년층은 사주팔자나 토정비결, 청년층은 타로카드 등 가벼운 점을 주로 찾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사주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어지는 취업 한파 속에 지망 기업을 정해주는 점집까지 생겨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가 앞은 사주와 타로점을 보는 가판점으로 가득하다. 이날 거리에 좌판을 연 점집만 10여개로, 유명하다고 소문난 집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기도 한다. 점집을 찾은 대학생 송모(27ㆍ여) 씨는 “요즘에 주위에서 연애 점을 봤다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다”며 “대부분 취업운이나 대학원 합격과 같은 학업운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역술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철학원을 운영하는 윤모(31) 씨는 “요즘에는 연애점을 치러 오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며 “아무래도 젊은층에게 취업문제가 절박하다 보니 그에 관련된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타로점과 같은 간단한 점을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중장년층처럼 태어난 시각까지 적어와 비교적 값이 비싼 사주팔자를 보는 등 절박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요즘 원서를 낼 기업 명단까지 추려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는 기업 명단을 가져가면 합격 가능성이 큰 회사를 골라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나도 올해 지원하려는 기업 중 일정이 겹치는 곳이 있어 혹시 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회사 이름을 적어왔다”고 설명했다.

학업운이 궁금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점집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타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1) 씨는 “예전에도 연말마다 수능 점수를 묻는 고3 학생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중학생 또래의 학생들까지 찾아와 학업운을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주보다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지만, 요즘에는 어느 경시대회를 봐야할지 구체적으로 묻는 경우도 많아 곤란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점집을 찾고 있다. 과거 중ㆍ장년층은 사주팔자나 토정비결, 청년층은 타로카드 등 가벼운 점을 주로 찾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사주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어지는 취업 한파 속에 지망 기업을 정해주는 점집까지 생겨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차 심해지는 취업 한파에 불안해진 청년들이 심리적 위로를 얻기 위해 점집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불안을 느낄수록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는데, 취업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과학적이지 않은 점에까지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인 취업시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은 어디까지나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신의 선택에 참고하는 정도로만 이용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자신이 처한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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