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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복 실감, 치아건강 ①] 대보름 부럼 잘못 깨물면 치아 ‘와그작’
- 호두ㆍ은행ㆍ잣 등 견과류 부럼, 치아 약한 어린이ㆍ노인은 조심
- “음식물 씹는데 최대 200㎏ 힘…금ㆍ임플란트 등 보철물까지 파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4년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회사원 박 모(50) 씨는 지난해 정월 대보름에 치아 때문에 낭패를 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함께한 뒤 먹은 후식이 화근이었다. 마침 대보름이라고 과일과 함께 특별히 부럼이 나왔다. 박 씨는 “이제 이가 건강해졌다”고 자랑하며 호두를 씹다 그만 임플란트를 파손시키고 말았다. 박 씨는 “조심했어야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고 회상했다.

오는 11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 민족은 옛부터 정월 대보름이면 한 해동안의 부스럼을 예방하고 만사태평하게 해 달라는 염원을 담아 땅콩, 밤, 은행, 잣, 호두 등의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이 있었다. 

[사진설명=정월 대보름에 풍속인 부럼을 잘못 깨물면 치아는 물론 임플란트 같은 보철물까지 파손될 수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실 견과류는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음식이다. 견과류는 올레인산,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부분 딱딱한 열매인 견과류를 치아가 약한 어린이와 노인이 깨물게 되면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칫하면 치아는 물론 금, 임플란트 등의 보철물까지 파손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당부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아의 건실함은 건강의 척도로 인식돼 이를 바탕으로 튼튼한 일꾼이나 노예들을 골랐을 정도다. 우리 선조들도 정월 대보름 풍속인 부럼 깨기를 통해 한 해의 치아 건강을 점쳤다.

그러나 이 같은 미풍양속은 의외로 치아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성복 강동경희대병원 보철과 교수는 “최선을 다해 부럼을 깨뜨리는 동안 치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해마다 정월대보름 이후 부럼 깨기로 치아가 손상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마른 오징어, 쥐포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즐겨 먹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20대부터 이미 30대 일반 서양인에 해당하는 치아 마모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개 40대 중반이 되면 여느 60대 서양인의 수준까지 악화된 치아 때문에 음식을 씹을 때 ‘시큰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40대 이후 치과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가 씹을 때면 자꾸 아프다고 말한다”며 “아픈 정도가 심할 경우 생활 의욕까지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정월 대보름에 풍속인 부럼을 잘못 깨물면 치아는 물론 임플란트 같은 보철물까지 파손될 수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주로 반찬으로 먹는 우리나라의 음식들은 비교적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 깍두기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적인 음식물들을 씹기 위해서는 최소한 70~100㎏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턱을 악무는 힘이 200㎏ 이상을 기록할 때가 많다고 한다”며 ”이 정도 되면 치아가 바스러지고 깨져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금, 임플란트 등의 치아 보철물까지도 쓸려서 파손되기에도 충분한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식을 씹을 때 예리한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아에 특수한 약물을 이용해 검사하면 표면에 살짝 금(crack line)이 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육안으로 발견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로 음식을 씹을 때마다 치아 신경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치아는 활동 중에 90%이상 사이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야 치아와 주위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돼 있다. 힘들거나 초조할 때마다 이를 악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30초만 치아를 악물고 있어도 금방 안면 근육에 피로가 오며 저작근통이나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유발된 근육통은 쉽게 해소시킬 수 있겠지만, 치아 자체에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악물면서 부럼을 깨다가 자칫 치아까지 잃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를 악무는 습관으로 말미암은 부작용으로 씹을 때마다 치아가 새큰거리고, 치아 뿌리까지 충격이 파급돼 치아 신경을 죽이는 치료(근관 치료ㆍcanal treatment)를 받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아를 깎아서 금관을 씌워 줘야 한다”며 “심한 경우 치아가 쪼개지는 일도 가끔 발견되는데, 이 경우 결국 뽑아서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보름 부럼에 대처하는 치아 건강법>

▶일단 부럼을 깨무는 잘못된 습관을 버린다.

▶강하고 질긴 음식을 오랫동안 씹지 않는다.

▶큰 어금니가 상실됐을 때에는 반드시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를 받는다.

▶멀쩡한 치아가 시큰거릴 때에는 금이 간 것을 의심해야 한다.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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