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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무력증 벗어나기 ①] 탈출하고 싶다, 계절성 우울증
-생활리듬 조절 생물학적 시계
-일조시간 부족하면 문제 생겨
-활동량 저하ㆍ슬픔 등 일으켜
-식욕↑…일반 우울증과 차이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직장인 심모(39) 씨는 올 겨울 들어 출근길이 더 버거워졌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집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까지 거리가 길어서일까 생각해 봤지만, 한두 해 겪은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몸이 늘어지는 느낌에 잠까지 많아진 데다, 자도 자도 계속 졸려서 아침에 일어나기도 곤욕스러웠다. 최근에는 “우울하다”, “피곤하다” 등의 말만 입에서 맴돌았고, 푸념과 짜증이 늘었다. 걱정스러워진 심 씨는 이번 주말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 볼 생각이다.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부족해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경기침체에 자본주의 특유의 생존 경쟁까지 치열해진 요즘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9년 전 배우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무서운 병이 바로우울증이다. 우울증의 증상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이면 더 심해진다. 이처럼 계절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우울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들어 이를 호소하는 사람도 병원에서 자주 눈에 띈다고 전문의들은 눈에 띈다.

특히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져 겨우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계절 변화가 기분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한다.

▶겨울, 일조시간 부족 탓 ‘생물학적 시계’ 고장날 수도=뇌에는 ‘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하며, 생활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시계는 계절,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수천 년간 인간의 생활 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맞춰져 왔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게 되는 것도 바로 ‘생물학적 시계’의 역할이다. 그런데 겨울은 계절 자체의 특징에 올해의 경우 미세먼지의 영향까지 있어 일조시간이 크게 줄고 ‘생물학적 시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자칫 ‘생물학적 시계’가 ‘고장’이 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겨울철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돼 있다”고 귀띔했다.

▶계절성 우울증, 일반 우울증과 달리 식욕ㆍ수면욕 증가=우울증은 본래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성 우울증도 일반 우울증처럼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에는 많이 먹고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서 교수는 “일반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는 반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게 된다”며 “때문에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같은 증상은 일반적으로 봄이 되면 사라진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중 약 15%가 겨울철이 되면 다소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서 교수는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개 20대 이상이 되면 발생하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교적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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