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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한국레저경영언구소장 최석호]비너스·올랭피아…그리고 잠자는 박근혜
1583년 작품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에두아르 마네(Eduard Manet)가 그린 1863년 작품 <올랭피아>를 보라! 지난 300년 동안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과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 누드는 특권계급 남성의 성적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여성이고 누드다.

그러나 비너스와 올랭피아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비너스는 수줍게 얼굴을 내린 채 눈을 돌려 쳐다본다. 올랭피아는 얼굴을 꼿꼿이 들고 똑 바로 쳐다본다. 남성의 시각에서 보면, 비너스는 여성적이지만 올랭피아는 도발적이다.

마네의 그림 속에 있는 올랭피아는 누구일까? 모델이 아니라 화가다. 화가는 기꺼이 옷을 벗었다.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19세기 파리는 발칵 뒤집혔다. 마네는 파리를 떠나야만 했다. 그렇지만 두 그림은 여전히 유사하다.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누드화다.

2004년 미국화가 케이티 디드릭센은 <한량왕 조지>를 그린다.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얼굴을 꼿꼿이 들고 쳐다본다. 이라크 침공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전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벌거벗었다. 진실은 이미 다 드러났다. 몸은 아름답지 않다. 손은 더럽다. 딕 체니 부통령은 유전 시추탑 모양 왕관을 들고 있다. 이라크 침공이 미국 남부를 기반으로 한 석유재벌을 위한 전쟁이라고 폭로하고 있다.

남성 누드는 합리적 규칙에 따른 이성의 영역으로서 0.618 대 0.382 혹은 1 대 1.618의 황금비율을 가진 이상적인 몸을 그린다. 남성 또는 누드가 아니라 변치 않는 영원한 균형을 강조한다.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누드가 아니다. 신과 그 신을 믿는 신앙인을 위한 예술이다. 남성 누드는 선정적이지 않다. <한량왕 조지>는 누드화다. 그런데 남성, 그것도 대통령을 그렸다. 여성 누드와 마찬가지로 예술작품으로서 남성 누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대통령을 조롱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미국은 정치적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다. 그러나 이 작품을 전시목록에서 제외했다. 워싱턴디씨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에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7년 이구영 작가가 그린 <더러운 잠>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했다.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굴을 숙인 채 잠자고 있다. 벌거벗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골든타임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최순실이 꽃다발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다. 국정농단을 말한다. 문제될 것이 없다. 새천년 대한민국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림을 부셨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 전시작품에서 제외시키면 될 것을...

지금은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킨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비판의 자유마저 정지 시킨 것은 아니다. 새천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16세기에 머무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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