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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P2P대출 ABS 발행 4년새 ‘30배’…금융위기 재연 우려
대출업체 채무자 부도 늘어 위기

핀테크(금융+기술) 시대를 맞아 ‘P2P 대출’(Peer to Peer Lendingㆍ개인간 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월가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ABS는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P2P대출업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산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 P2P 대출업자들의 경영지표가 악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미국 P2P 대출 시장의 급성장으로 월가는 이를 증권화한 ABS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금융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에릭 터너 분석가에 따르면 월가의 P2P대출 ABS 규모는 지난해 7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 은행업계의 총 자산이 16조달러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3년 2억5710만달러에 비해 4년새 30배 이상 급증하고, 전년 대비 72.4% 불어난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핀테크 붐을 타고 미국에서 P2P산업이 팽창함에 따라 ABS 발행도 활기를 띠는 것이다.

P2P대출은 대출업체가 대출 신청을 받은 후 적정 금리를 결정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투자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운 이들은 자금을 마련하고,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는 ‘윈-윈’(win-win) 구조인 셈이다. 미국의 개인 신용 P2P대출업체는 렌딩클럽, 프라스퍼, 소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렌딩클럽은 지난 2014년 12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P2P대출 시장이 오는 2025년 1500억 달러 규모로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의 첫 P2P대출 ABS는 2013년 리먼브라더스 출신 트레이더가 렌딩클럽의 대출을 담보로 발행했다. 이후 P2P 대출 ABS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소피 사로, 지난해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이어 아반트, 어니스트, 렌딩클럽 등의 순이다. P2P대출 ABS의 적극적인 투자자는 더블라인캐피탈의 제프리 군들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보험사 취리히인슈어런스그룹, 처브(Chubb) 등이 꼽힌다.

하지만 최근 미 P2P 산업은 채무자들의 부도 증가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렌딩클럽 부정대출 사태가 터지자 미 재무부는 P2P 대출이 확대된 온라인 대출 사업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P2P대출 사업모델이 금융위기나 시장침체기 등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고, 투자자와 대출자에 대한 보호와 투명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터너 분석가는 보고서에서 “P2P대출 시장이 역풍과 맞닥뜨렸지만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기존 P2P대출업자들의 수요 증가와 신규 업체 진입으로 관련 ABS 발행은 둔화하지 않고, 올해 발행액이 사상 최대치를 찍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나 “경제 침체나 신용 등급 강등 등의 악재는 시장에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탐욕을 부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함에 따라 산업 전반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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