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항고심 反이민 행정명령 ‘제동’] 이민자 손 들어준 법원…그래도 트럼프는 ‘마이웨이’
항소법원 재판부 3명 만장일치
“이슬람권 7개국 국민 입국 허용”
트럼프 판결직후 “대법원서 보자”
보혁 이념구도 4 vs 4 결과 안갯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효력에 대해 미 연방항소법원이 이민자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정 다툼에서 패배했지만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그는 “법정에서 보자”며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겠다는 각오를 비쳐, 사법부와 트럼프 간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이날 반이민 행정명령 관련 항고심에서 행정명령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정지시키라고 결정했다. 윌리엄 캔비 주니어, 리처드 클리프턴, 미셸 T. 프리드랜드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판결로 이슬람권 7개 국민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은 원래대로 유지된다.

이번 항고심은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법의 행정명령 중단 결정에 불복한 트럼프 측 미 법무부가 항소해 열린 재판이다. 항소법원도 반이민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시키라고 판결하면서 연거푸 트럼프 측에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국가 안보’라는 공익과 ‘자유로운 이동’ 간 충돌은 알고 있지만, 연방정부가 이 행정명령이 부분적으로만 이행될지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야 한다면 불가피한 상황, 최소한에 그쳐야 하지만 행정부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취지다.

지난 7일 벌어진 양측 구두변론도 이 같은 판결 기류가 감지됐다. 당시 변론을 생중계로 청취한 미 언론들은 ‘트럼프 판정패’라는 반응을 내놨다.

원고 측인 워싱턴, 미네소타 주는 “위헌 소지가 있고 혼란을 초래하는 행정명령”이라고 주장했고, 법무부는 “행정명령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팽팽히 맞섰다.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가 법무부에 구체적 증거 제시를 요청했지만, “자료를 나중에 제출하겠다”라는 등 미흡한 대응으로 재판부가 발끈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미국 내 가장 진보적인 법정’이라는 항소법원의 평판도 판결 결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CNN은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과 의제 설정에 대한 법적 도전을 보여준 첫 사례이자, 백악관과 미국 정치 시스템 간 첫 대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전 국방장관도 즉각 트위터에 “3-0”이라는 짧은 트윗을 올려 판결을 지지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항고심 판결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항고심 결정이 나오자 트위터에 “법정에서 보자”며 “우리나라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고 썼다. CNBC는 트럼프가 항고심 결정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보며 “(대법원에서)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가면, 결과는 미지수다.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사망 이후 대법원의 보혁 이념구도는 4대 4 동수로 갈린다. 반이민 행정명령 판결을 놓고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 닐 고서치의 인준 여부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WSJ은 “소송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면 (어느 쪽 결과든) 판사 5명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공석인) 제9의 인물이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닐 고서치 지명자의 성향이 대법원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며 “그가 이전 스칼리아 대법관의 성향과 유사점이 있지만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서치 지명자가 대법원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전날 고서치 지명자가 자신을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상황이나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전략을 앞세워 인준 저지 뜻을 밝힌 것도 주요 변수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