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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없는 삶 ‘시스템’에 답 있다
사회경제적 조건 따라 질병유형 달라
원시 수렵채집에 맞춰진 인간 유전자
현대 환경 적응못해 만성질환 유발
공생·면역등 ‘시스템적 접근’ 역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인류의 오랜 꿈인 장수의 꿈은 실현됐지만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져가고 있다.

질병은 환자 입장에서는 개별적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잘 제어할 수만 있다면 질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도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쓴 ‘질병의 종식’(사이)은 질병을 인류 역사의 발전단계 속에서 들여다보고, 현대의 질병을 제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질병은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렵채집인들의 질병은 주로 찔리거나 다친 상처에 세균이 감염을 일으키는게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농경사회로 진입, 문명이 시작된 이후에는 곤충이 매개된 말라리아와 같은 질환이 늘어나게 된다. 기생충 질환, 쥐나 가축 등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동물을 매개로 병원균을 퍼뜨리는 질환 역시 인류가 정착하면서 생겼다. 전염병은 도시화, 무역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서기 164년 로마제국에서 발생해 맹위를 떨친 천연두는 서기 569년에 에티오피아 군대가 메카를 공격한 코끼리 전쟁 때 아라비아에 크게 퍼졌으며, 십자군 전쟁으로 중동지역에서 서유럽으로 번진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19세기 후반들어 막을 내리고 인류는 만성질환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저자는 무엇보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지니고 있는 만성질환과 관련, 새로운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우선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만성질환의 발병은 유전자 변이라기 보다 인류가 갖고 있는 유전자 자체가 과거 수렵채집 시기 생활환경에 적응한 유전자이기 때문에 현대의 생활환경에는 적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이란 얘기다.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 습관, 운동부족, 흡연, 음주, 스트레스와 같은 여러가지 생활 환경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가동되는 인체의 복잡한 시스템이 정상적인 적용 범위를 넘어섰을 때 나타나는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극복하려면 환경을 유전자에 맞추고 복잡미묘한 인체 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관건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병원의 환자 관리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편다. 개별 환자의 맞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 중심으로 돼 있는 병원의 진료형태도 환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인체내부와 외부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간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 질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스템적 질병관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는 질병을 종식시키기 위한 ‘우리 몸의 다섯가지 방어전략 시스템’도 들려준다. 미생물과 협력하며 함께 사는 공생시스템, 독성물질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독물대사 시스템, 외부 침입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면역 시스템, 건강한 노화과정을 거치는 건강노화 시스템, 인체 기능을 강화시키는 재생시스템 등이다.

인류의 질병의 역사를 보면 분명한 한 가지가 있다.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때에는 그에 대한 적응이 일어날 때까지 질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도시화가 만성질환의 온상을 제공했다면 세계화는 전염병과 환경성 질환의 새로운 유행을 가져온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병원균이 사람을 숙주로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신종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

저자는 인류를 가장 끝까지 괴롭힐 질환으로 정신질환을 든다. 미래의 의료시스템은 인체의 생물학적 최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체 활동량과 정신 활동량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면서 인체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관리해 주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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