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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정해진 손톱, 네일에 담긴 의미는…
스페이스K_과천, 캐롤라인 워커 개인전
런던시내 뷰티살롱 배경 13점 신작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리즈위더스푼역)은 화가 잔뜩 났을때 네일샵을 찾아간다. 화가나서 씩씩거리는 그녀는 자신의 온갖 고민과 분노를 손톱관리사에게 토로한다. 지저분한 손톱이 예쁘게 다듬어지고, 매니큐어가 다 마르는 순간 엘의 마음도 다시 뽀송하게 말라있다. 여자들에게 ‘네일샵’이란 존재는 이런곳이다. 이런 네일샵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전시가 열린다. 

[사진설명=여성과 공간의 관계를 살펴온 캐롤라인 워커가 이번엔 런던 시내 곳곳에 생긴 ‘뷰티살롱(네일샵)’을 탐구했다. 스페이스K_과천은 3월 31일까지 캐롤라인 워커의 개인전 ‘여성-공간(Painted Ladies)’을 개최한다. / LOWRES_Beauty Box_2016_oil on linen_180×240cm]

코오롱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성작가 캐롤라인 워커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 2014년 스페이스K를 통해 국내에 첫 선보인 개인전 ‘배스 하우스(Bath House)’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공간(Painted Ladies)’라는 부제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번전시에는 여성 전유 공간인 런던 뷰티살롱(네일샵)을 배경으로하는 13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여성성에 대한 사회ㆍ정치ㆍ문화적 단면을 관찰해온 작가는 이번에는 런던 시내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뷰티살롱을 관찰, 특별할 것 없는 풍경 속 평범한 여성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선으로 포착한다. 주로 집안이나 목욕탕 같은 사적 영역에서 여성들의모습을 화폭에 담아온 워커는 이번에는 타인과 접촉이 이루어지는 공공영역속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어떤 취향이라도 응할 수 있다는 듯 형형색색의 매니큐어와 각종 미용도구를 구비하고 손님을 맞는 뷰티숍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과 환상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현대적 공간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스타일을 선택하고, 개개인에 맞춤화된 전문적 서비스를 받으며 자신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심리적 쾌락까지 덤으로 누린다. 

[사진설명=여성과 공간의 관계를 살펴온 캐롤라인 워커가 이번엔 런던 시내 곳곳에 생긴 ‘뷰티살롱(네일샵)’을 탐구했다. 스페이스K_과천은 3월 31일까지 캐롤라인 워커의 개인전 ‘여성-공간(Painted Ladies)’을 개최한다. / LOW RES_Gallery Gal_2016_oil on board_55×45cm]

의도된 연출이나 관능적인 누드의 여인은 없지만 손발톱의 작은 부분마저 아름답기를 욕망하는 여성들의 이 일상의 풍경은 여성과 공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 미묘하게 설정해나간다. 금남에 가까운, 그녀들만의 공간에서 ‘채색된 여인들(Painted Ladies)’의 손톱에 그려진 것은 단순히 매니큐어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캐롤라인 워커의 작품들은 ‘여성’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을 따라 위치된 다양한 좌표들을 점유해가며 뷰티 살롱을 단순히 미적 취향을 소비하는 상업 공간 이상의 장소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또한 작가는 계층적 공간적 특성도 놓치지 않았다. 네일 관리사들은 대부분 아시아 등 타문화권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이다. 서비스 특성상 신체적 거리를 밀착해 친밀감을 형성하는 듯 하지만 한편으론 각자의 역할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려는 미묘하고 독특한 특성을 잡아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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