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전문가들 “매우 위험”
민주당 의원 “용납할 수 없는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받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일반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가 기밀 서류를 다루는 모습이 대중에게 노출된 것은 안보 대처 능력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 야외 테라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찬 중이었다. 참모들이 보고를 위해 몰려들자 트럼프와 아베의 만찬 테이블은 순식간에 ‘공개 상황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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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처드 디에가지오 페이스북 |
당시 현장에 있었던 투자자 리처드 디에가지오는 트럼프와 아베가 보고받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참모들이 휴대폰 손전등으로 서류를 비추는 장면, 트럼프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장면, 아베가 참모와 밀담을 나누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
디에가지오는 13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로부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문자를 받고 트럼프가 앉아있던 테이블을 바라봤다”며 “모든 상황은 달라져있었다”고 말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반인에게 국가 안보 관련 논의 상황이 노출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아베는 웨이터나 클럽 손님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기밀서류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기밀서류를 비추던 휴대폰 손전등 불빛도 문제다. 만일 누군가 해당 휴대폰을 해킹했다면,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서류를 훔쳐볼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미사일과 같은 국제 문제에 대한 대응법 논의는 첨단기술을 통해 도청에 대비하는 백악관 상황실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통령은 백악관 밖에 있을 때도 도청이 되지 않는 특수정보시설(SCIF)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WP는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사찰 활동을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홍콩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으라”고 요구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전파를 차단해 해킹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리조트에서 식사를 했지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이날 마라라고 클럽은 수백명의 회원들이 들락거렸다. 마라라고 클럽 회원 가입비는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다. 원래 10만달러였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두배로 올랐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원내대표는 “국제적 위기 상황을 마치 극장처럼 클럽 회원들에게 노출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디에가지오는 “배경 음악 소리와 참석자들의 잡담 소리가 커서 트럼프와 아베가 나누는 대화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에가지오는 WP와의 인터뷰 이후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트럼프의 보안 의식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일 마틴 하인리치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기밀서류 가방에 열쇠를 꽂아놓은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지난 8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와 면담하면서 실리콘웨이퍼를 들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 왼쪽 아래 기밀서류 가방을 보면 열쇠가 꽂혀있다.
하인리치는 “이는 뒷마당에 사람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면서 집열쇠를 현관 앞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