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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김정남 피살 확실시…말레이시아 경찰 조사 중"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통일부는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사건’에 대해 “정부는 지금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원미상 2명의 여성이 뿌린 독성 스프레이에 얼굴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중이고 아직 정확한 사인, 기타 여러가지 정황에 대해서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살해된 인물을)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지금 조사 중인 사항이라서 자세한 것은 나중에 관련국 정부가 발표한 다음에 있어야 할 일이다. 정부는 긴밀하게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 피살이 북한 정권의 소행이라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예단해서 이것저것 말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가 정확히 나온 다음에 답변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현지 우리 공관에 알리면서 우리 정부가 김정남 살해 사건을 인지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 내부의 정보공유와 관련한사항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김정남 자녀 김한솔과 김솔희의 행방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파악된 바가없다”고 밝혔고, 김정은의 이복누나 김설송 감금설에 대해서도 “가지고 있는 정보가없다”고 답했다. 김정남이 여권에 ‘김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김철’은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름인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는 김정남 살해사건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어젯밤과 오늘 상황점검을 했다”며 “그리고 탈북민과 남북교류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신변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앞으로 신변안전에 유의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과거에도 (한국으로 망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인) 이한영 씨 피살사건이 있었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 시도도 있었다”며 “북한이 이미 국내에 있는 탈북민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당연히 점검해야 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 나가 있을지 모르는 탈북민한테도 신변안전에 유의하도록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5일 “최근 한 매체가 2012년 김정남의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는데 김정은이 이같은 보도를 접하고 격분하거나 망명을 막고자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존스홉킨슨대학교 한미연구소의 구재회(Jae H. Ku) 소장도 뉴욕타임스(NYT)에 “김정남이 김정은 정권 혹은 가족을 흔들 수 있는 일을 벌이려다가 제거당한 것일 수 있다”며 김정남 망명시도설을 제기했다. 


김정일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결정되지 못한 김정남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해왔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김정은이 충분한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정남이 실제로 망명을 시도하거나 망명가능성을 무기로 김정은에 막대한 생활비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정남을 피살했다면 김정은의 체면이나 존엄이랑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남이 망명을 해서 ‘망명정권’을 세운다면 김정은체제의 존엄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방치 차원에서 암살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김정남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고액의 생활비를 보내지 않으면 망명하겠다’고 김정은을 협박했다면 북한 지도부는 김정남과 타협하는 대신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김정남을 피살했다면, 김정은의 체면이나 존엄이랑 관계된 것 아니겠느냐”며 “김정남이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한다고 하면 김정은 체면에 손상을 주니까 방지하기 위해서 제거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김정남 살인사건이 “북한의 내부정세나 국제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았는데, 비난여론이 조금 더 거세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는 향후 파장에 대해 “북한이 김정남 피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인권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유엔회원국 자격 등 북한의 국제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국제적인 파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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