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갈 길 먼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대한항공의 부산 테크센터. 우리나라 첫 우주인인 이소연 씨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소유즈 우주선를 타고 우주를 향하던 모습을 지켜봤던 기자로서는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에게 없는 항공우주 관련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겪은 서러움을 잘 알기에 섣부른 기대감은 접어 둔 터였다.

하지만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40년 전에 세워진 부산 테크센터는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지만,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무인기 사업을 꼽을 수 있지만, 민항기 중정비와 군용기 창정비, 그리고 항공기 부품 납품에 의존하는 현실에 만족해야 했다. 조선이나 자동차와 같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생산 현장을 봐왔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사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조선이나 자동차와 달리 중국과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항공우주기술을 100%로 볼 때 우리나라는 기술수준은 68.8%에 그친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각각 84.2%, 81.9%에 이른다. 기술격차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보다 각각 4.5년, 4.3년 뒤떨어져 있다. 국제 에어쇼에서 일본의 미쓰비시가 수십대의 제트 여객기 공급계약을 맺고, 중국 코맥(COMAC)이 수백대의 공급 계약을 맺는 모습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미국과 10년이라는 기술격차도 문제이지만,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이 같은 격차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기술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민간 기업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무인기 시장에서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시거리 밖, 야간비행 관련 각종 규제에 대한 대안이라도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항공우주산업이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모방하며 발전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투자와 산업 육성 의지, 그리고 규제 개혁이 있어야 항공우주산업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갈 길은 멀고,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pdj24@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