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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농단 증거”vs“비리 증거”
고영태 녹음파일’ 놓고 공방전

고영태(41) 씨와 지인들의 대화가 담긴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 일부가 2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과 최순실(61) 씨 측은 같은 녹음 파일을 두고 해석을 달리하며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의 14회 공판에서 고 씨 측근 김수현(37) 고원기획 대표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29개를 공개했다. 이 파일들은 김 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2391개 파일 가운데 검찰이 이번 사건과 연관된 부분을 추린 것이다.

녹음 내용을 살펴보면 최 씨가 재단과 더블루케이를 장악해서 고 씨 등에게 일을 지시한 것을 알 수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이 공개한 지난해 2월 29일 통화녹음에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김 씨에게 “회장님 생각은 알겠는데… 외부적으로 독일로 이제 돈을 좀 따로 빼고 싶어하시는 부분이 좀 있는 건데. 그거를 충족시키자니 SK에서는 지금 그 회사에 대한 레퍼런스(참고정보)도 없고 설립된지가 얼마되지도 않았고”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로 돈을 좀 빼야하는데 예전에 영태형이 얘기한 것처럼 삼성이랑 해서 승마 대표단 지원하는 걸로”라고 했다. 최 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로 돈을 빼내고 싶어하니 법적 문제가 없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고 씨에게 지시해 관세청장 인사를 좌우하려 한 정황도 드러난다. 고 씨는 지난해 4월 20일 “또 하나 오더가 있는데 세관청장 아니 세관장이란다.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 아는 사람 없으니까 한번 찾아봐야지”라고 했다.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녹음에 포함됐다. 최 씨 측근인 류상영 더운트 부장은 지난해 6월 김 씨에게 최 씨 소유 강원도 평창 땅에 박 대통령 사저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십여 채 지어가지고 맨 끝에가 VIP가 살 동이고. VIP 아방궁은 어차피 하기로 했으니까 거긴 가고. 가족 외에는 정보 단속 잘해야지. 누가 무슨 VIP 땅 갖고 흔들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다 끝나는 거야”라고 했다.

검찰은 고 씨가 지난해 4월 김 씨등과 대화하며 “VIP는 이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VIP는 다른 사람 만나서도 무조건 ‘소장님 뭐했대요’ 그러고. 한시간에 두 세 번씩도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 손을 놓고 싶어도 못했어”라고 말한 부분도 공개했다.

반면 최 씨 측은 녹음 파일은 고 씨 일행이 최 씨를 등에 업고 사익을 챙기려 한 증거라고 맞섰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고 씨가 “내가 이제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고, 거기 다 우리가 장악해야 된다. 미르재단도 사무총장 바꿔야하고 이사장도 바꿔야 한다”며 재단을 장악하려는 듯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제시했다. 검찰은 ”최 씨가 재단 임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교체를 지시해서 대화가 이뤄진 것”이라 반박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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