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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우니 함께 있자”던 중년 女, 알고보니 50대 男 절도범
[헤럴드경제] 택시기사 A(55)씨는 지난해 6월 한 중년여성 손님의 유혹에 넘어갔다가 밤새 운전해 번 돈 10여만 원을 날리는 일을 겪었다.

그는 조수석에 탄 중년 여성 B(53)씨가 “오늘이 생일인데 외롭다”며 성관계를 암시하자 B씨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A씨의 집에 도착한 B씨는 이내 “불편하니 모텔로 가자”고 말했고, 두 사람은 다시 택시에 올라탔다.

모텔로 출발하려는 A씨를 멈춰 세운 건 B씨의 한 마디였다. 그는 A씨에게 “휴대전화를 놓고 나왔으니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그렇게 A씨가 잠시 택시를 비운 사이 지폐, 동전 등 택시에 있던 현금 16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B씨의 유혹에 넘어가 금품을 도둑맞은 남성들은 A씨 외에도 8명이나 더 있었다.


B씨는 성관계를 하자며 남성들을 꾀었고, 함께 모텔에 들어간 뒤 남성이 샤워를 하거나 화장실에 간 사이 지갑에 든 현금 등을 훔쳐 도주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4월 14일부터 6월23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등지에서 30~60대 남성 9명을 대상으로 현금과 귀금속 등 금품 1400만원어치를 훔쳤다.

결국 B씨는 지난해 7월 중순 체포돼 구속됐고, 경찰 조사와 함께 그가 숨긴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알고보니 B씨가 여성이 아닌 여장을 한 중년 남성인 것이었다.

피해남성 9명은 모두 B씨가 남성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찰에서 “10세 때부터 여자처럼 하고 살았고 성전환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돈이 없어 못 했다”며 “생활비를 벌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많은 피해자에게 비슷한 수법을 반복해 범행했다”며 “같은 종류의 범행으로 4차례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의 근거를 밝혔다.

피해 남성 중 나이가 가장 어린 C(35)씨는 형사 재판과 별도로 B씨를 상대로 도난당한 금팔찌값(800만원 상당)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는 “B씨가 경찰에 잡힌 뒤 여장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충격으로 이성 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금팔찌 구매 당시 가격과 위자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민사51단독 오천석 판사는 19일 원고인 C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B씨에게 명령했다.

오 판사는 “절도 행위가 벌어질 당시 금팔찌 가액 800만원 중 이미 형사판결에 따라 C씨가 받은 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00만원도 B씨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물 절취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물품 가액에 상응한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회복된다”며 “B씨가 여장한 채로 접근한 행위는 범행 수단에 불과하고 그것으로 C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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