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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 D-3, 노량진 청춘들③] 25만명 ‘좁은 문’에 달려들지만…24만명은 또 고배
-수험생은 25만…자리는 4910개뿐
-‘한자릿수 합격률’…“그래도 공무원”
-“사회 안바뀌면 공무원쏠림은 계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올해로 9급 공무원 시험을 4년째 준비하고 있는 서모(31) 씨는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생활만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첫해 호기롭게 시작했던 수험 생활이었지만, 4년째를 맞자 자신감도, 열정도 사라졌다. 열정이 빠진 자리에는 절박함이 들어왔다. 서 씨는 “아르바이트와 수험 생활을 동시에 할 자신도 없어졌지만, 이제는 공무원 시험이 아닌 다른 길을 갈 자신도 없다”며 “이제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ㆍ도에서 치러지는 공무원 시험에는 25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지난 1년을 걸게 된다. 국가직에만 22만 8368명, 사회복지직도 2만 2730명이 응시한다. 

정부는 올해 시험을 통해 총 행정 4508명, 기술 402명 등 총 4910명의 9급 공무원을 선발한다. 단순 경쟁률만 따져도 46.5대 1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탈락의 두려움보다 공무원이 아닌 다른 길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답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정부는 올해 시험을 통해 총 행정 4508명, 기술 402명 등 총 4910명의 9급 공무원을 선발한다. 단순 경쟁률만 따져도 46.5대 1이다. 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응시생 30명 중 아무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셈이다. 1798명을 뽑는 지방 사회복지직 시험도 있지만, 경쟁률은 11.6대 1로 절대 만만치 않다.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총 응시자 25만명 중 24만여명은 시험 결과에 따라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100분, 100문제로 1년 성과가 갈리는 셈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탈락의 두려움보다 공무원이 아닌 다른 길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답했다. 3년차 공시생인 박두환(28) 씨도 25만명 중 하나다. 박 씨는 “평균 결시율 25% 정도를 제외하더라도 내가 합격할 확률은 높게 잡아야 한자릿수밖에 안 될 것”이라며 “이제는 나이가 많아 공무원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공무원 시험이 가장 공정한 제도가 아니겠느냐”며 “시험이 다가오면서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반 취업시장에서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공무원 시험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수험생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 처음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모(27) 씨는 “공무원 시험은 도전이 아니라고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요즘 상황”이라며 “잦은 야근에 돈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반 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3%도 안 되는 합격 확률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인구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자는 69만명에 달한다. 그 중 36%에 달하는 25만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낮은 확률의 공무원 시험에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노량진 공무원 입시학원 관계자는 “사회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공무원 쏠림 현상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 입시부터 시작된 시험경쟁에 면역된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사기업 입사나 창업이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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