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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낼 여유 없어서”…방치차량 서울에만 7000대
폐차 시내 점령 시민들 눈살
절반은 생계적 이유 ‘경제견인’
무심코 방치했다 전과자 낙인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28) 씨는 이문동 이화교로 산책을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방치 차량에 눈살을 찌푸린다.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통에 밤이 되면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갈 지경이다. 이 씨는 “근처에서 뭔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며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다른 물건도 아닌 차량을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사실 이 같이 도심 한복판에 차량을 버리는 행위는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 제26조에 따르면 차량을 일정 장소에 고정시켜 운행 외의 용도로 쓰거나, 정당 사유 없이 타인 토지에 방치하는 경우 모두 무단 방치차량으로 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 도심 곳곳에 무단 방치차량이 당당히 자리한다. 6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작년 서울 25개 자치구가 집계한 시내 무단 방치차량은 6987대다. 2014년(6004대)보다 16.37%(983대) 늘었다. 이 가운데 3795대는 처리예고문을 보내도 응답이 없어 강제 견인했다.

무단 방치차량이라면 범죄와 관련 있는 일명 ‘대포차’를 떠올리기 쉽지만 ‘생계적 이유’에 따른 선택인 경우도 많다. 금융기관에 저당 혹은 가압류 되어 있거나, 자동차세나 각종 과태료를 못 낸 상태 등에서 책임 회피 목적으로 버리는 것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차량을 버리면 엮인 세금이나 과태료에 대한 책임도 없어진다고 오해하는 시민들이 있다”며 “경기가 나빠질수록 비슷한 이유로 인한 무단 방치차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무단 방치차량은 인근 주민에게 통행 방해와 주차공간 부족 등 불편을 야기한다. 자체가 사건ㆍ사고의 온상지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달 20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10일 이상 부패된 시신이 무단 방치차량 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몇차례 알려지자 최근에는 단속에 앞서 주민들이 먼저 민원을 넣는 일도 많다.

처리 권한은 각 자치구에 있다. 자치구는 민원 혹은 순찰에 따라 무단 방치차량 여부를 확인한다. 우선 10~15일 기한으로 소유주에게 처리예고문을 보낸다. 처리가 안 되면 주변 상황ㆍ환경에 따라 최대 90일 가량 지켜본 후 견인처리한다. 이어 자진처리 안내문을 다시 발송한 후 불응하면 차종에 따라 20~30만원, 기간 이후에는 100~150만원 범칙금을 부과한다. 끝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되어 벌금형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무심코 연루된 경우라면 가능한 빨리 구청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다”며 “몰랐다고 발뺌하면 무단 방치차량으로 인해 전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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