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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과 단절된 ‘그’가 위험하다
-강상중 교수, ‘악의 시대’ 해부
-세상과의 단절, 공허가 악의 토양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일상에서 악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때로 악이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지만 악이 무엇인지, 악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악을 실재하는 것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악의 시대를 건너는 법’(사계절)에서 2년전, 일본 사회를 경악케한 세 건의 엽기적인 사건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IS테러에 대한 이야기을 들려주며 악이 나와 동떨어진 일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밝은 성격에 인기가 많았던 열세 살짜리 중학생을 한 무리의 소년들이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가해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 사건과 대학병원에서 4년간 18명의 환자를 죽음으로 내몬 의사, 단지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서 수년에 걸쳐 동급생에게 독극물을 먹이고 방화를 하고 이웃을 살해한 여대생과 관련된 사건 등이다.

저자는 이 사건의 솔기를 하나하나 뜯어 악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악의 뿌리를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상식이나 규칙을 넘어서고 싶다는 욕망, 누군가 혹은 자신을 해치고 싶다는 충동, 타인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는 심성에서 악의 뿌리를 찾는다. 즉 악마나 광기 등 외부요인에서 악이 오는 게 아니라 파괴의 충동, 불안, 의심 등 인간 존재 자체의 공허함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서 범죄를 저지른 여대생의 경우, 결여감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만 결국 메워지지않는 공허감만 커진다. 공허함을 느끼는 존재에게 결여돼 있는 것이 바로 구체적인 신체성이라는 감각이다. 이는세상을 믿지 못하는 마음,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에서 생겨난다. 세상과 단절돼 있다는 느낌, 자신은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없다는 자기혐오에서 악이 자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범죄사건과 토마스 만, 나쓰메 소세키, 그레이엄 그린 등 고전 속의 악의 모습을 통해 철학과 종교의 주제에서 일상 속으로 악을 끌어내 보여준 점이 돋보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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