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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後] 알바하고 보니 보이스피싱?…하루 아침에 범죄자 된 20대
-‘일당 30만원’ “보이스피싱 상상도 못해”
-“금융기관 취직한줄…” 범죄 알고 자수
-경찰 “알바 찾다 속아 넘어가는 20대 多”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난달 초 군을 막 제대한 스물 한살 청년 김모 씨. 그는 오랫동안 꿈꾸던 음악 작곡가의 길을 걷고 싶었다. 작곡 장비를 구입하고 학원에 등록하고 싶었지만 수중에 돈이 부족했다. 학원 시간을 제외한 오전에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던 찰나 친한 친구 임모(21) 씨가 ‘대출 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전만 근무해도 일당 30만원을 준다는 말에 김 씨는 솔깃했다. 주민등록등본과 주민등록증을 회사에 제출하니 ‘OO저축은행 직원’이라는 직함이 생겼다. 대출을 하려는 고객이 거래쌓는 것을 도와주면 된다고 했다.

업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회사가 알려준 카페에서 오전 내내 대기하다 대출 고객이 오면 함께 은행으로 향했다. 대출 고객이 인출한 돈을 받아 회사에 송금해주기만 하면 됐다. 근무 첫날, 김 씨는 한 30대 직장인으로부터 6300만원을 받아 회사 측에 전달했다. 회사와는 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이나 러시아판 카카오톡인 텔레그램’으로 연락했다. 

[사진제공=123rf]

첫 이틀동안 고객 1명만 담당한 후 맞은 첫 주말, 김 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임 씨가 근무 도중 경찰에 잡혀갔다는 것.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돈을 벌어 해외여행 가고 싶다”는 글을 올린 뒤 대출기관에서 일한 것이 전부였던 친구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김 씨가 근무한 곳은 대출 기관이 아닌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그가 송금했던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사나 은행 직원을 사칭해 뜯은 돈이었다. 자신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을 알게된 김 씨는 “나쁜 짓은 못하겠다”며 보이스피싱 조직 측에 그만두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조직 은 오히려 500만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김 씨의 신원을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김 씨는 오랜 고민 끝에 경찰에 자수했고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알고 보니 임씨나 김씨와 같이 취업 하려다 범행에 가담하게 된 20대가 3명이나 더 있었다.

김 씨는 ”군대에서 시키는 대로 살다가 나오니 아무것도 몰랐다”며 “처음에는 유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취직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 측이 워낙 말을 잘했고 ‘그들의 말이 맞겠지’ 하며 의심없이 일했다”고 했다. 사건 이후 김 씨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업이 힘든 시대다 보니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중국 총책의 꼬드김에 넘어가는 20대가 많다”며 “보이스피싱 조직 측에서 ‘위험부담이 있으니 건당 30~50만원에 수수료 5%까지 챙겨주겠다’고 하니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총책의 ‘말발’도 보통이 아니어서 20대 절반 이상이 속아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검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금은 약 7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만 총 1만7040건이 적발됐고 1468억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검찰은 지난해 3월부터 보이스피싱 등 서민생활 침해사범을 중점 단속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장 양도와 같은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이 성행했다면 요즘은 ‘현금 인출 후 전달‘ 방식으로 범죄 수법이 지능화되어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20대가 범죄 대상이 되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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