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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열여섯가지 테마로 풀어낸 낯선 국악이야기
매년 봄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운영되는 한국관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해마다 한 가지 테마를 선정하여 해당 주제의 우수한 책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지난 3월 23일부터 나흘간 라이프치히에 차려진 한국관의 테마는 ‘한국음악’이었다. 올해의 주제에 맞춰 새로 발간된 책 중 하나가 ‘한국음악, 한국인의 마음’(열화당, 2017)이다. 음악학자 한명희(韓明熙) 선생이 한국음악의 특징을 서양음악과 비교하여 저술한 역작으로, 한국어판과 독일어판이 동시에 출간되어 라이프치히를 찾은 서양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국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국악이 여전히 주류가 아닌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악’ 하면 느림, 지루함, 점잖음, 엄격함 등의 말이 떠오르는 것이 그러한 사실을 말해 준다. 국악에 대해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국악이 품고 있는 음악적 내용은 무엇이며, 선조들은 왜 그런 음악을 즐겼을까.


저자는 우선 “한국의 전통문화는 그간 ‘논리와 분석’이라는 서구적 렌즈에 의해 정체가 왜곡된 경향이 많았다. 당연히 미시적 시각과 거시적 시각, 서구적 시각과 한국적 시각의 균형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서양식 음악교육을 받고 또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서양음악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한국인인데도 한국음악에 대한 접근이 낯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문화풍토를 앞세워 우리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한국 전통음악이 왜 느린가에 대해 서양음악은 ‘호흡의 음악’이요 한국음악은 ‘맥박의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말한다. 서양음악의 기준 템포인 ‘모데라토’의 속도는 현대로 오면서 메트로놈 숫자 100을 넘기도 하지만, 바로크 시대만 해도 70대 구간에 해당했고, 이는 1분간의 심장 박동수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전통음악 중 〈이삭대엽(二數大葉)〉 같은 곡은 메트로놈으로는 측정조차 안 될 정도로 느리다. 굳이 말하자면 메트로놈 25쯤에 해당하는데, 이는 1분간 열여덟 번 쉰다는 평균 호흡 속도에 가깝다. 템포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는 문화적 사고방식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의 죽음을 놓고 우리는 “숨졌다” “숨 넘어갔다”라고 표현하는 데 비해, 서양에서는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심장의 박동이 멎었음’을 최종 사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한국음악의 특징을 한국문화의 뿌리에서 시작하여 서양음악과의 비교를 통해 아주 쉽게 설명한다. 템포의 문제뿐 아니라, 한국음악의 음색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왜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이 많은지, 악기배치와 오음음계에는 어떠한 사상이 깔려 있는지, 시조음악, 거문고와 가야금 음악, 판소리 등 주요 장르의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음악이 지닌 템포의 가속적 구도, 비화성적 특성, 무정형의 열린 구조 등 모두 열여섯 가지 테마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을 편집한 나부터 이 글들을 읽고 나니 국악을 체계적으로 듣고 싶어졌다. 평소 국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러나 그 요체에 도달하기 어려웠던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열화당 편집실장 조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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