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50인의 용기(야나기다 구니오 지음, 김성연 옮김, 바다출판사)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올랐던 ‘빙벽’의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는 암진단을 받고, “병은 의사에게 맡기고 나는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일본 만화계의 아버지, ‘우주소년 아톰’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는 가족들이 암 진단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죽는 날까지 자신이 암일 걸 몰랐다. 일본 기록문학 장르의 선구자인 80대 노장 야나기다 구니오가 암 환자 50여명의 생의 끝자락을 기록으로 남겼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일본 당대의 문학, 음악, 영화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유명인사들이다. 저자는 약 30년간 암을 앓는 각계각층 사람들을 꾸준히 지켜보며 이들이 암을 마주하는 자세,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주시했다. 당찬 에세이스트 요네하라 마리의 동생 유리는 늘 당돌했던 언니가 병마 앞에서 나약해졌던 모습을 떠올렸으며, ‘하치 이야기’의 원저자이자 진보적 영화감독인 신도 가네토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면서 끝까지 배우로 살았다.
▶책이 입은 옷(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인도계 미국작가 줌파 라히리의 두번째 산문집. 모국어라 할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첫 산문집을 쓴 그는 이번에도 이탈리아어로 모험을 감행했다. 영국 런던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줌파 라히리에게 정체성의 갈등과 혼란은 글쓰기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정체성의 문제가 우리가 입는 옷, 그녀의 일부인 책이 입는 옷, 즉 표지의 문제로 표현된다. 그녀는 책과 표지 사이에 늘 차이, 불균형이 있음을 느낀다. 책의 첫번째 옷인 표지는 출판사의 견해와 갈망을 담아 작가와 독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 자신의 책의 정신을 반영해주길 바라기에 표지 디자이너와 공동작업을 원하는 그는 표지가 없는 ‘발가벗은 책’이 자유로운 독서를 가능케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글과 책의 표지, 작가와 표지 디자이너, 예술과 시장 사이의 복잡한 관계 등 작가와 책, 그들을 둘러싼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