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네거티브 ‘진실’장착땐 선거판 키맨역할
학계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측면 주목
후보간 정책 차별성없어 자질검증 도구화

동류의식·연대감 통해 진정성 보여주기 등
네거티브 캠페인 작동방식·실제사례 총정리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시장을 찾아 음식을 먹으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묻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이를 꼬집는 말이 ‘서민 코스프레’라는 신조어다. 서민인척 서민을 걱정하는 척한다는 비아냥에서 나온 말이다.

정치인의 행태를 꼬집는 코스프레는 ‘군인 코스프레’‘피해자 코스프레’‘인권운동가 코스프레’등 적잖다. 코스프레라는 단어는 이제 정치인들에게 손쉽게 붙일 수 있는 혐오 표현이 됐다.

최근 대권주자인 문재인후보에게는 ‘통합 코스프레’, 안철수 후보에게는 ‘보수 코스프레’라는 딱지가 붙었다. 추구해온 가치가 뭐든 코스프레를 입으면 강력한 네거티브 메시지가 된다. 앞으로 대선 한달여, 이런 네거티브 메시지는 더욱 독해질 수 있다.


코리아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에서 미디어, 선거 조사와 컨설팅 작업을 해온 배철호ㆍ김봉신씨가 쓴 ‘네거티브 아나토미’(글항아리)는 국내 선거판에서 현실적으로 유용하게 쓰이면서도 쉬쉬했던 네거티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네거티브의 이론과 실제 모두를 아울러내 눈길을 끈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바라보는 최근 학계의 시각은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측면에 주목한다. 일종의 후보 검증으로 보는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는 2002년 대선 대비 2007년 대선에서 더욱 확대됐는데 최근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각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들 간 차별성이 없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 정책과 공약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는 흔히 저강도 네거티브와 고강도 네거티브로 나뉜다. 저자에 따르면, 정책 내용에 관한 네거티브나 제기자가 소셜 미디어나 구전인 경우는 저강도 네거티브에 속하고, 상대 후보의 신상에 관한 내용은 모두 고강도 네거티브다. 저강도 네거티브는 전파속도를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 상대 후보의 내용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선행 학습과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반면, 고강도 네거티브는 한마디로 극약처방이다.

저자는 앤드루 포터의 말을 빌려, 네거티브는 대중이 정치인에 대해 갖는 기대나 욕구, 자신과의 결속감 같은 진정성을 요구하는 대중의 욕구에 바탕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네거티브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비책은 어떻게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냐에 있다. 우선 동류의식, 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서민의 처지와 다르다면, 해결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게 필요하다. 저자는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나도 예전에는 같은 부류’라는 식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다고 말한다.

서민들이 이런 동류의식을 원하는 배경에는 서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요구사항이 뭔지 알고 있으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요구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만나서 위로하는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이 후보는 우리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게 되는 것이다. 세밀한 팩트를 알지 못해 당황해 포착당하는 순간, 삽시간에 SNS를통해 번지게 되고 치명적이 된다. 바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 예다.

네거티브를 방어할 때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제기한 이슈가 현재 어느 수준에 있는지 수명주기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슈 수명주기가 한 번 성숙한 후 소멸이나 잠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슈로 떠오른 후에도 성장기를 거치지 못한 채 미성숙 상태에서 소멸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해당 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와 함께 이슈를 인지하는 유권자가 그것을 얼마나 진실이라고 믿는가 혹은 공감하는가의 정도가 이슈의 폭발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네거티브 전략을 현실에서 구사하기 위한 공격과 방어술은 이를 부추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저자는 공격과 방어의 개념과 속성, 원칙, 현장에서의 적용가능성 등을 기본 6대 요소와 10가지 운용기술로 정리했다. 공격용 실탄을 갖고 있다고 유권자의 정서나 감수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마구 쏘아대면 자칫 ‘싸움닭’이나 ‘선거과열 주범’이란 소릴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저격수, 패턴의 다양화, 쉽고 공감하기 쉬운 메시지 등 5가지 공격술을 제시한다.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공격을 받았을 때 취할 진정한 사과, 꼬리자르기 등 방어의 기술도 담았다.

제대로된 네거티브와 그렇지 않은 흑색선전 등 수준 낮은 네거티브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은근거와 사실 관계 제시 여부다.

저자는 “네거티브 캠페인 공방에서 근거와 사실을 제시하는 것은 시작이다. ‘진실’까지 같이 겯틀여야 ‘완전체’가 된다. 때로는 사실보다 진실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술책 정도로 여겨져온 네거티브 캠페인을 양지로 끌어내 작동방식과 실제 사례, 대중 심리까지 탐색한 흥미로운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