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여건 악화에 직격탄 맞아”
-석촌호수는 전년보다 3배 늘어
“롯데타워·스위트스완 시너지”
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 문어빵을 파는 푸드트럭업자 김모(42) 씨는 만나자마자 울상을 지었다. 김 씨는 “올해 여의도 봄꽃축제를 찾는 사람이 얼추 30~40%는 줄었다”며 “손님도 그만큼 줄어 매출에 타격을 보고 있다”고 했다.
최고 온도 21도로 완연한 봄이 찾아온 이 날 길은 온통 분홍빛이었으나 지난해 수준 만큼 인파가 몰리진 않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인석(31) 씨는 “매년 이맘때면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며 “올해는 미세먼지 등 영향이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너무 없어 의아하다”고 했다.
롯데월드타워 불꽃쇼, 공공전시 프로젝트 ‘스위트 스완’ 등으로 홍보효과를 낸 ‘석촌호수 벚꽃축제’에 지난 9일 방문객이 몰린 모습. |
같은 날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주변은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문객들은 물결을 이뤄 쓸려 이동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대형 백조 가족 ‘스위트스완’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에선 인파가 몰려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 손주와 함께 나온 60대 안 씨는 “사람구경인지, 꽃구경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 봄, 여의도는 울고 석촌호수는 웃었다. 벚꽃축제의 대표주자 ‘여의도 봄꽃축제’ 방문객 수는 작년 보다 45% 이상 감소한 반면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롯데월드타워 개장 전야 불꽃쇼와 맞물려 사상 최대의 성황을 이뤘다.
서울 송파구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석촌호수 벚꽃축제’에 모두 868만3992명이 다녀갔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추산 800만명을 참고하고 관람석과 스위트스완주변을 3시간 마다 시간대별 밀집도를 계산해 추산한 수치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96만4888명으로 100만을 육박했다. 이는 단 3일간 열린 지난해 행사 집객수 105만명과 맞먹는 숫자다. 특히 모처럼 날씨가 쾌청했던 8일에는 가장 많은 186만1765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송파구 관계자는 “인근 방이동 먹자 골목은 재료가 동나서 문은 닫는 등 일대 전체가 대목이었다”며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 했다”고 전했다.
실제 9일 오후 3시 무렵 호수 정면 관람석 옆 카페는 대기줄이 10m 가량 길게 늘어섰다. 인물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길거리 화가는 “그림을 그리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구는 축제가 성공한 배경을 롯데월드타워 불꽃쇼와 공공전시프로젝트 ‘스위트스완’ 등이 벚꽃축제와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결과로 풀이했다. 롯데월드타워 불꽃쇼는내년부터 제야행사로 열릴 예정이다. 구는 내년에 공공전시프로젝트만이라도 벚꽃축제와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여의도 봄꽃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 |
영등포구에 따르면 1~9일 여의도 봄꽃축제 방문객 수는 약 560만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약 825만명으로 소위 ‘대박’을 쳤던 것과 비교해보면 47.32%(265만명) 급락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를 보면 지난해 117만8571명에서 올해 62만2222명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올해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작년에 많았던 중국인 방문객 수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 여파에 따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올해 13회째 맞는 여의도 봄꽃축제는 중국인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라며 “대외적 여건 악화를 직격탄으로 맞은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축제 시기를 벚꽃 개화 시기(4월6일) 보다 닷새나 빨리 개최한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기념사진 촬영기사는 “벚꽃이 채 피지 않아 주중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짙어진 미세먼지도 한 몫 거들었다. 이 날 만난 한 행사 진행자는 “미세먼지에 따라 여행사 등에서 올해 아예 (여의도 봄꽃축제를) 여행일정에서 빼버린 듯하다”고 했다.
한편 올해 서울 봄꽃축제에선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거주자, 인조 벚꽃 모양의 머리 핀과 머리 띠등을 한 젊은 층들이 늘어 시선을 모았다. 젊은 남녀나 여성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인조 벚꽃을 머리에 꽂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벚꽃을 꺽는 등 나무를 훼손하면 도시공원법에 따라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하므로, 인조벚꽃이 진짜를 대신해 상춘객들의 흥취를 달랬다.
한지숙ㆍ이원율 기자/js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