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2회 공판에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장 전 차장은 “삼성에서 정 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뒤 이 부회장이 행사 때 박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독대때 크게 질책했던 것과는 달리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떠올렸다.
장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와 케냐 순방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이 악수를 하고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고 했다. 그는 “승마협회에서 정유라 씨의 훈련 지원이 잘 이뤄지자 감사를 표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25일 2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심한 질책을 들었다고 파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이 승마협회 맡고 나서 한게 없다. 삼성이 한화만도 못하다’고 꾸짖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독대 시간 30분 가운데 절반인 15분 남짓 승마 지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개별 인사까지 말하며 크게 화낸 뒤 저희가 정유라 씨를 지원하자 화를 푸신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이 순수하게 승마 발전을 위해 돈을 지원하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는 특검 측 질문에 “정 씨를 지원한 뒤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많이 바뀌셨기 때문에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정 씨를 위해 승마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했다는 삼성관계자들의 진술도 증거로 제시됐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특검에서 “삼성과 코어스포츠 간 계약은 정유라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 “정 씨 때문에 이 (함부르크)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맞다”고 털어놨다. 장 전 차장도 “정 씨가 아니었다면 독일 승마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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