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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존’ 있어도…공원 앞 도로 한복판서 “치킨 시키신 분?”
-한강공원 인근 여의나루역 배달 오토바이 점령
-배달존 있으나마나…시민ㆍ배달원 모두 외면
-“취지 좋지만”…홍보 미비ㆍ실효성 부족 지적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여의도 벚꽃축제 마지막날인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차도는 배달 오토바이로 가득해 마치 ‘이륜차 주차장’을 보는 듯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민,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민들도 섞여 일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배달을 마친 오토바이는 가게로 돌아가기 위해 중앙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승합차 운전자 박모(56) 씨는 “사람, 배달 오토바이 모두 차도 위에 당당히 서있는 모습에 당황했다”며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나들이철만 되면 지하철 여의나루역 앞은 위험천만한 전쟁터가 된다. 이곳은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주문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집결지가 된 지 오래다. 공원 안에 ‘배달 존’이 1년째 운영 중이지만 무용지물이다.

[사진설명=지난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시민이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도로 위에 서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배달 오토바이와 시민이 만나도록 한 배달존 2곳을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이다. 일대 교통혼잡을 예방하고 공원 안으로 오토바이가 침입하는 일이 없도록 1곳 당 약 2300만원을 투입해 설치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내 배달존은 오토바이 진입이 수월한 공원 내부 통로길에 있다. 규모는 약 25㎡이다.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그늘막 1개, 인근 음식점 등을 소개하는 광고판 2개로 구성했다. 이 같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배달존은 시민과 배달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실제 이 날 점심시간대에 찾은 배달존 2곳은 여의나루역 일대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한산했다. 2곳 중 1곳의 ‘음식물 배달 구역’ 표지판은 옆에 붙어있는 ‘반려동물 관리수칙’ 알림판, ‘이륜차 진입금지’ 경고판 등에 묻혀 눈에 띄지 않았다. 직장인 이철휘(31) 씨는 “얼핏 보면 그저그런 흰색 천막 하나가 있는 것 같다”며 “배달존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고 했다. 

[사진설명=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내 ‘배달존’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달원들도 같은 이유로 배달존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는 시민이 없어 위치를 알려주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 것이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만난 배달원 백모(26) 씨는 “배달존으로 가겠다고 하면 시민 열에 아홉은 어딘지를 모른다”며 “서로 잘 아는 여의나루역 앞에서 만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한 배달원은 “통로 길이 있다지만 막상 (통로로)가면 시민, 자전거 등으로 지나갈 틈이 없다”며 “취지는 좋지만 홍보가 너무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러한 상황에 따라 배달존을 다른 한강공원으로 확대하기 앞서 홍보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설치돼 있는 여의도ㆍ뚝섬 한강공원 곳곳에 배달존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한편 시민자원봉사단을 통한 홍보 캠페인 등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 안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시민분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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