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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3년, 도로 위 안전은?] 학생 태운 대형버스 술취해 비틀비틀…단속은?
- 교사 “음주측정은 사법권 가진 경찰이 해야”
- 경찰 “업무량 폭주…음주 확인 교사도 가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정부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단체로 떠나는 수학여행에 대해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내놨다.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위해 대절하는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음주 여부 확인도 매뉴얼에 포함됐지만 누가 단속할지 여부를 두고 경찰과 일선학교가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34ㆍ여) 씨는 조만간 학생들을 이끌고 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이지만 버스기사에게 음주 감지기를 들이밀 생각만 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이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기사에게 정차 때마다 음주감지기를 들이밀면 자신들을 ‘예비범죄자’로 여긴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수학여행을 떠나는 교육현장에는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수학여행 중 많이 이용하는 전세버스 기사의 음주 측정 책임을 두고 학교와 경찰이 여전히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충남 논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위해 버스를 탄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찰은 최근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이 몰리는 철을 맞아 각급 학교장에게 “안전관리자가 중간 경유지 출발 전후 수시로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음주가 의심되는 버스기사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음주 측정을 원하면 가까운 경찰서로 연락해 달라“며 1차적인 음주 감지의 역할을 교사들에게 당부했다.

경찰이 이같은 서한을 보낸 것은 경찰청과 교육부가 지난해 1일형 체험학습은 학교측이 하고, 수학여행 등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학교를 찾아 직접 음주측정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대형버스 사고가 수학여행철인 4~5월에 평균 200건 가량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음주운전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교사들은 사법권이 없는 자신들이 버스기사들에게 음주감지기를 들이미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씨는 “경찰이 해야할 일을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당일형 체험학습의 경우 학교에에서 자체적으로 음주감지기를 구매해 음주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반발해 “현장 체험학습의 종류와 관계없이 경찰이 음주측정을 하도록 경찰청과 협의해달라”고 반발했던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버스 기사에 대한 모든 음주 측정을 경찰관이 해주기엔 업무가 과다하다는 입장이다.특히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몰리는 기간에는 한정된 인원으로 모든 차량을 점검할 수 없고 경상북도 경주시나 강원도권 등 인기 수학여행지의 경우 음주 측정을 하느라 일반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경찰관들이 약속된 시간에 와서 음주 운전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고 5~10분 정도만 늦으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것은 경찰 업무가 맞지만, 음주 여부만 파악하는 감지는 교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와 경찰이 서로 음주 측정의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학생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울산광역시 D 전세버스업체서 해고된 운전기사 3명은 “교육청과 버스업체가 계약을 맺을 때 명시된 학생 수송 담당 버스기사와 실제 기사가 다를 때도 많고, 전날 과음해 음주 측정에 걸릴까봐 수학여행 당일 아침 업체 직원이 기사로 위장해 음주 측정을 받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기사가 부족하면 일용직을 안전교육 없이 고용하기도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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