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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학생은 봉?…한국어학당 환불 규정 제멋대로
-수업 못들어도 전액환불 불가
-법령ㆍ규정 없어…외국인 피해
-“대학 자율성 침해” 손놓은 정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평소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다 한국 문화에 호감을 느낀 외국인 A 씨는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할 생각에 서울시내 B 대학 한국어학당 단기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환불조치를 하려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개강 전이었지만 전액 환불은 불가능하고 90%만 돌려준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대학측에 강력 항의했지만, 학교측은 규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대학들의 ‘제멋대로’ 환불 제도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대학의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환불 규정들. [출처=각 학교 홈페이지]

대학들은 수강일에 비례해 환불액이 결정되는 국내 학생들과는 달리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일부만 진행됐어도 등록금 상당액을 반환해주지 않는 불공평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B 대학 한국어교육원의 경우 수업 시작 전날임에도 10%를 제한 액수만 환불해줬다. 수업 일주일까지는 등록금의 50%, 일주일이 지난 이후엔 아예 환불이 불가능했다. 수강료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황은 가족의 사망이나 학생의 사고 및 질병을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를 제출할 경우로 한정했다.

서울 소재 C 대학 한국어센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강 전 환불 비율은 같았고, 개강 후 2주(영업일 10일 기준) 이내엔 등록금의 70%를 돌려줬다. 2주가 지나면 한푼도 돌려주지 않았다.

더 심한 규정을 가진 곳도 있었다. 서울 D 대학의 경우 개강 후 3일만 지나도 환불불가인 것은 물론, 반편성 시험만 참석해도 전액 환불은 불가능했다. 개강 3일이 지나기 전에 환불 신청을 해야 수업료의 70%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는 국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학기 등록금 환불 규정이나 ‘평생교육원’ 관련 규정과 비교하면 형평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환불 규정들. [출처=각 학교 홈페이지]

일반학기의 경우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6조’에 따라 학기 개시 후 14일 이내엔 전공별 수업료의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고, 이후 경과일(15~30일 5/6, 31~60일 2/3, 61~90일 1/2)에 따라 수업료를 각각 반환받을 수 있었다. 학기 개시 후 91일이 경과해야 전액환불이 불가능하다.

한국어학당과 유사한 ‘평생교육원’의 경우에도 ‘평생교육법 시행령 제23조’에 따라 개강 전엔 학습비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후엔 총수업시간에 따라 1/3이 지나기전엔 2/3, 절반이 지나기 전엔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었고, 총수업시간의 1/2이 지난 이후에 수업비 환불이 불가했다.

해당 대학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기관의 경우 ‘평생교육법’에 적용받는 평생교육기관이 아닌만큼 학교 자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환불 규정이 느슨할 경우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 등 출입국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련해 법무부와 교육부 등에서 외국인 유학생 관련 규정에 대한 지침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D 대학 관계자 역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환불하는 경우 10% 가량의 비용을 제하고 환불하는 것은 학원법 등 관련 규정등을 활용해 만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각 학교별로 교육 특성에 맞춰 만든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현재 외국인 대상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의 환불 규정을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적용 중인 E 대학 관계자는 “현재 대학들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정확한 법령이나 규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소규모 인원으로 한국어 교육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인 대학들의 경우 잦은 환불이 발생할 경우 재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학생과 다른 기준을 외국인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언어장벽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정부가 모든 규정을 일일이 정하면 대학의 자율성이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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