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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고위직이 법원 비판적 학술대회 축소 지시”
-법원 진상조사위원회, 18일 조사결과 발표
-대법원 고위 법관, 법원 내 판사모임 압박 정황 확인
-“지시 거부한 판사에 인사 불이익 줬다는 의혹은 사실무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대법원 고위 법관이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일선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시를 거부한 일선 판사를 좌천시켰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사진설명문이 닫힌 대법원 입구]

법원 내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 개혁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하자, 임종헌(58)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39) 판사에게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판사가 지시를 거부하면서 발령이 취소되고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게 됐다는 의혹도 일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대법원은 이인복 대법관이 이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태 파악에 나섰다.

조사위원회는 임 전 처장이 아닌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나서서 연구회 측을 압박했다고 파악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학술대회 개최가 본격 논의된 지난해 12월 말부터 연구회 측에 행사를 연기하거나 축소해달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건넸다. 이 상임위원은 ‘학술대회 추진 경과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임 전 차장이 주재한 실장회의에서 보고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상임위원이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한 건 부당한 행위라고 판단했고, 보고를 받은 법원행정처에도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상임위원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연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연구회 주요 회원들에게 ‘연구회 활동이 계속되면 행정처로부터 예산 삭감, 중복가입 규제 등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당시 연구회 회장이던 이 상임위원이 행정처와 연구회의 입장을 상호 전달하고 조율하던 과정으로 부당한 압박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원회는 이모 판사가 강력히 요청해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게 됐다며 행정처가 부당한 인사제재를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법원 행정처가 전산정보 관리국장 명의로 일선 판사들에게 ‘연구회에 중복가입하지 말라’며 공지한 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봤다.

이날 조사위원회는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한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이 판사가 조사위원회에서 “이 상임위원이 ‘기조실 컴퓨터에 보면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파일들이 있다. 거기에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나올텐데’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위원회는 이 판사가 언급한 문건은 이 상임위원이 연구회 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해 임 전 처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제출한 보고서라고 추정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문건에는 연구회 대표와 간사 등 참여자 이름이 쓰여있고 학술대회를 발제한 법관의 이름과 추진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있는데 이같은 내용은 이 판사가 들었다는 판사들의 뒷조사 파일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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