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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고위 법관이 법관 학술대회 축소 지시” (종합)
-법원 진상조사위원회, 18일 조사결과 발표
-대법원 고위 법관, 법원 내 판사모임 압박 정황 확인
-“지시 거부한 판사에 인사 불이익 줬다는 의혹은 사실무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대법원 고위 법관이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일선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시를 거부한 일선 판사를 좌천시켰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57페이지 분량 조사보고서를 게시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난 A(39) 판사가 소속된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추진해온 학술행사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임종헌(58) 전 행정처 차장에게 받고도 거부해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연구회가 행사에서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 개혁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하자, 행정처가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이인복 대법관이 이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태파악에 나섰다. 

[사진설명=문이 닫힌 대법원 입구]

조사위원회는 법원 내부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전임 회장인 이규진(55)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연구회를 압박했다고 봤다.

당초 임 전 차장이 부당한 지시를 내린 장본인으로 지목됐지만 조사위원회는 이 위원이 나서 연구회를 압박했다고 봤다.

조사결과를 보면, 이 상임위원은 학술대회 개최가 본격 논의된 지난해 12월 말부터 연구회 측에 행사를 연기하거나 축소해달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전했다. 또 행정처에 학술대회를 축소하거나 저지할 방안이 담긴 ‘대책 문건’을 보고했다. 학술대회 개최일이 확정되자 일선 판사에게 전화해 ‘학술대회를 내부행사로 진행되도록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상임위원이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보고를 받은 법원행정처에도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연구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연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연구회 주요 회원들에게 ‘연구회 활동이 계속되면 행정처로부터 예산 삭감, 중복가입 규제 등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이 상임위원이 연구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행정처와 연구회의 입장을 상호 전달하고 조율하던 과정”이었다며 부당한 압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사위원회는 학술대회 축소 지시를 거부한 A판사를 좌천시켰다는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상임위원이 A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건 맞지만, 결국 A판사 본인의 요청에 따라 근무지로 돌아가게 됐다고 조사위원회는 짚었다.

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가 지난 2월 일선 판사들에게 ‘연구회에 중복가입하지 말라’며 공지한 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한 제재조치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봤다.

이날 조사위원회는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한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A판사가 조사위원회에서 “이 상임위원으로부터 기조실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위원회는 A판사가 언급한 문건은 일선 판사를 뒷조사한 문건이 아니라 이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행정처에 보고한 문건이라고 추정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문건에는 연구회 대표와 간사, 학술대회를 발제한 법관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쓰여있다”며 “A판사가 들었다는 판사들의 뒷조사 파일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의 거부에 가로막혀 이같은 문건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업무용 컴퓨터는 확보하지 못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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