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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는 안 돼” 금기 깬 마라토너, 50년만에 다시 완주
[헤럴드경제=김영은 인턴기자]“여자가 달리면 다리가 굵어진다”, “여자가 달리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낭설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금기시했던 지난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첫 여성 마라토너 캐서린 스위처(70)가 50년만에 다시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제 121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스위처는 4시간 44분 31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스위처는 지난 1967년 대회 당시 달았던 번호 ‘261번’을 다시 가슴에 달고 뛰었다.

캐서린 스위처(가운데) 남편 로저 로빈슨(왼쪽), 조앤 플라미니오 보스턴 체육회장(오른쪽) [사진제공=연합뉴스]

보스턴 마라톤을 주최하는 보스턴 체육협회(BBA)는 이날 스위처의 배번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긴다고 밝혔다. 스위처는 “내가 당시에 뛰지 않았다면 아무도 여성이 그런 먼 거리를 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1967년 당시 20세의 스위처는 ‘K.V’라는 중성적인 이니셜을 적은 신청서를 내고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배번 261번을 받은 스위처는 대회 당일 보란듯이 립스틱을 바르고 눈 화장을 한 채 마라톤에 참가했다.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도중 저지 당하는 캐서린 스위처. 뒤에서 캐서린의 남자친구와 코치가 감독관을 밀쳐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스위처가 3km 쯤 달렸을 때 여성이 참가했다는 사실을 안 대회 감독관 작 셈플이 그의 레이스를 막기 위해 코스로 난입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녀와 함께 출전한 코치와 남자친구가 셈플을 막아주며 스위처는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대회 측에서는 스위처를 실격처리 했지만, 이 사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스위처도 여성 마라톤 참가를 여러 차례 청원했다.

이 덕분에 1972년부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여성이 참가가 가능해졌고, 1984년에는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후 라이프지는 스위처가 대회 도중 저지당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세상을 바꾼 100장의 사진’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young2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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