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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는 독재자 아냐”
-“나는 영원한 존재 아니야..민주주의의 힘”
-“독재가 존재한다면 대통령제 필요없어”
-개헌은 터키 민주주의 역사 변화를 상징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승리로 장기집권 토대를 구축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개헌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나와 관련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독재체제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대통령제는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제공=AFP]

그는 또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투표함이 있고,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국가 의지(national will)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개헌이 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 시스템(체제)은 터키 민주주의 역사의 변신과 변화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이번 개헌안은 터키 정치권력구조를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일명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은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하는 권한을 갖고, 중임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조기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처럼 개헌 투표를 놓고 에르도안의 독재정권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부정투표의 논란까지 불거지며 터키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이날 선관위에 투표 무효화를 공식 요구했다. 뷜렌트 테즈잔 CHP 부대표는 투표 당일 선관위의 무효표 처리기준 변경을 거론하며 “이번 투표는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선관위가 할 일은 국민투표를 무효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은 부정투표 논란에 대해 “축구에서는 ‘1 대 0’으로 이겼든, ‘5대 0’으로 이겼든 상관없다”면서 “궁극적 목표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투표 무효화를 주장하는 시위대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사진제공=EPA]

그는 또 전날 개헌 국민투표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법원칙, 권리와 자유 수호를 위해 국가비상사태 연장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연장됐으며, 이 효력이 19일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상사태를 또다시 연장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숙청 정국을 유지하면서 독재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에르도안은 지난해 쿠데타 실패 이후 광범위하게 확산된 반대세력 숙청을 위해 사형을 집행해왔다. 쿠데타 이후 4만7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됐다.

이에 사형집행에 반대하는 EU는 터키와 갈등을 빚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 “EU는 54년간 우리를 EU 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는 정치적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EU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려고 애썼지만, EU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EU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지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개헌 국민투표 승리 직후 축하전화를 걸어온 데 대해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만나서 우리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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