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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는 빨간날, 누구는 출근일… 당신도 못 쉬는 노동자 입니까?
일반기업 근로자 37% 정상근무
“나도 근로자” 상대적 박탈감만

중소기업 3년차 직장 송호근(30) 씨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친구들은 지난 주말부터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 반면 송 씨는 근로자의 날인 1일 평소처럼 출근했다. 평소보다 한산해진 출근길은 송 씨에게 편하기보다 서글프기만 했다.

송 씨는 “주위 사람들은 다 쉬는데 나만 근무하러 나오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회사는 매출에 급급해서 직원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마음 같아선 근로자의 날에 쉬는 큰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고 했다.

5월 ‘황금연휴’의 문을 열어준 근로자의 날인 1일. 일용직, 상용직 등 직종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가 쉬는 날이지만 법정공휴일이 아닌 탓에 정상 근무를 하는 회사가 적잖다. 휴무인 직장인들은 월차를 잘 활용해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지만 납품일을 지켜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직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근로자의 날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연휴 특수를 노려야 하는 직종의 근무자들에게 이날 노동강도만 더해질 뿐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여성의류매장 매니저로 근무하는 서모(36ㆍ여) 씨도 근로자의 날에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연휴 특수기간인 탓에 매출을 더 올려야 하는 압박감에 더욱 시달린다.

서 씨는 “5월 가정의 달인데다 황금연휴까지 겹쳐 특수 시점인 지금 ‘바짝’ 벌어놔야 이후에 마음이 편하다”며 “손님들처럼 나도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싶지만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서 씨는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나도 근로자인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 가운데 37%는 근로자의 날에 정상 출근한다고 답했다.

근무하는 이유로는 ‘회사의 강제 근무요구’(27%)가 1위를 차지했다. 근무형태별로는 비정규직(48%) 출근율이 정규직(33%)보다 15%포인트 높게 나타나 비정규직의 근무 비율이 훨씬 높았다. 직급별로는 사원급 44%가 출근한다고 응답한 반면 임원급은 21%만 출근한다고 응답해 낮은 직급일수록 출근 비율이 높다는 것이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근무형태와 직급별에 따라 다른 근로자의 날 풍경은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무 조건과 처우가 좋은 대기업에서 근로자의 날의 휴일을 보장받은 정규직 직장인들이 있는가하면,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있다”며 “모두가 쉬어야 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쉬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은 현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심각한 양극화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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