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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상업-투자은행 분리”…헤지펀드계만 “흥분”
대형 상업은행들은 회의적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경제참모들도 은행 분리안에 동의하면서 미국 월가 초대형 은행들의 구조 변경이 가시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IB) 기능을 분리하는 이른바 ‘글래스-스티걸법’을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 않으냐”면서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은행 업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금융업종 간 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로 폐지했다. 그러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촉발한 것이 은행이 투자 업무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활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매사추세츠)은 2013년 이른바 ‘21세기 글래스-스티걸법’을 발의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은행 분리 작업을 추진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바탕으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참모들도 은행권 분리 방침에 동의했다. 지난달 6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위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글래스-스티걸법 부활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투자은행과 증권사를 겸하는 세계적 금융기업 골드만삭스의 경영자 출신인 그가 은행권 구조변경에 동의한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증권사는 유가증권 인수 및 거래에 집중하고, 시티그룹과 같은 은행은 대출 업무를 주로 하던 때로 돌아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은행의 두 업무를 분리하는 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정부는 글래스-스티걸법을 검토할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21세기 버전의 글래스-스티걸법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월가에는 은행권 분리 움직임 관련 몇몇 징조가 보였다. WSJ은 트럼프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은행권의 주가 랠리가 최근 몇주간 냉각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발언 직후 주식시장에서 당장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기관 ETF(상장지수펀드) 브로커인 왈락베스 캐피털(WallachBeth Capital) 관계자는 “트럼프 발언에 시장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며 “처음에 반사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금세 털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의 자세한 정보 부족으로, 사람들이 사안의 무게감을 판단하기 어려운 탓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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